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발(發) 여행객의 입국을 앞으로 30일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라고 선언하자 글로벌 증시가 공황(패닉)에 빠졌다.미국 뉴욕증시는 12일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 급등락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5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제도다.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준으로 7% 이상 출렁이면 발효된다.이날 S&P500지수는 오전 9시30분 6%대 폭락세로 개장한 뒤 5분 만에 7%대로 낙폭을 확대했다. 192.33포인트(7.02%) 하락한 2549.05에 거래가 중단됐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9일에 이어 사흘 만이다. 거래는 9시50분 재개됐지만 이후에도 낙폭은 커졌다.장 초반 초대형 블루칩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8~9%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투자자의 공포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날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증시도 장 초반 10% 안팎 폭락세를 나타냈다.미 증시 전문가들은 11년간 이어진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10% 이상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앞서 1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464.94포인트(5.86%) 급락한 23553.22에 마감됐다. 지난 2월 12일 사상 최고치(29568.57)를 기록한 지 19거래일 만에 20.3% 하락했다. 이런 하락장 진입 속도는 사상 최단 기록이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과거 약세장 진입에는 평균 136거래일이 걸렸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9년 3월부터 이어진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길었던 강세장이 11일로 끝났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경기 확장기가 마지막에 달했다는 우려를 높인다”고 보도했다. 앨런 블라인더 전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경제가 코로나19 공포로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WSJ는 약세장이 시작되면서 S&P500지수가 최고치에서 평균 36% 떨어졌으며, 하락 기간은 평균 7개월 지속됐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장세가 진행되면 S&P500지수는 오는 9월께 약 2200에서 바닥을 찾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브루킹스연구소는 코로나19가 최악의 팬데믹 중 하나였던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의 피해를 안긴다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조달러(약 1경802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 세계 GDP가 88조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10%가량의 GDP가 줄어드는 셈이다.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주식전략가는 “공급망이 훼손됐고 많은 산업군에서 최종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기록적인 금리 하락에도 2~3분기 기업 실적 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실적이 올해 5% 이상 타격을 받으면서 S&P500지수도 24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87% 하락한 1834.33을 기록했다. 지수 1900선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장중에는 1808.56까지 떨어지며 18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장중 낙폭이 5%를 넘으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0월 4일 이후 약 8년 5개월 만이다.일본 증시 닛케이225지수도 4.41% 급락한 18,559.63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4월 24일 이후 2년11개월 만에 지수 19,000선이 뚫렸다.뉴욕=김현석/도쿄=김동욱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간 지속됐던 미국 뉴욕 증시의 초장기 강세장이 종료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뉴욕 증시는 약세장에 들어섰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464.94포인트(5.86%) 폭락한 23,553.22에 장을 마감했다.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낙폭을 키웠다. 다우지수는 지난 달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인 29,551.42에서 한 달 만에 20.3% 급락했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52주 최고가 대비 20% 이상 밀리면, 추세적인 하락세인 약세장(베어 마켓)에 진입했다고 본다. 다우지수가 베어마켓에 들어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11년 간의 강세장(불 마켓)이 공식적으로 종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우지수는 2009년 3월19일 저점에서 상승세를 시작해 지난 달 12일의 사상 최고치까지 351% 폭등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제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공포심리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제리 브라크만 퍼스트아메리칸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바닥에 도달했느냐는 것"이라며 "내 생각에 우린 아직 중간 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증시가 요동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전략인 ‘사계절(올 웨더)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익을 냈던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견조한 수익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나눠 투자하는 이 포트폴리오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를 세운 레이 달리오가 고안했다.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10.8% 하락했다. 반면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같은 기간 5.1% 수익을 냈다.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국내 투자 커뮤니티에선 사계절 투자법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시장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투자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주식 30%, 장기채 40%, 중기채 15%, 원자재 7.5%, 금 7.5%로 구성하는 것이 표준으로 통하며, 비중과 구체적인 편입 자산은 투자자마다 조금씩 달리할 수 있다.국내외 투자자들이 편입 자산으로 많이 쓰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VTI(미국 주식), TLT(미국 장기 국채), IEF(미국 중기 국채), DBC(원자재), GLD(금) 등이다. 이렇게 구성한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1년 1회 리밸런싱(비중 재조정)을 기준으로 2006년 2월부터 올해까지 182.7%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ETF(SPY) 수익률은 198.6%였다. 이렇게 보면 미국 S&P500지수에만 투자하는 게 나아 보이지만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을 대폭 낮춘 게 장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3.2% 수익을 올리며 선방했다. 그해 S&P500지수는 40% 가까이 하락했다.펀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삼성 믿음직한 사계절 EMP’를 내놨다. 키움자산운용도 두물머리와 손잡고 작년 말 사계절 전략을 접목한 ‘키움 불리오 글로벌 멀티에셋 EMP’를 선보였다.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