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채권투자 수요가 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올 들어 처음으로 연 1.3%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연 1.75%→연 1.50%) 낮춘 지 13일 만이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09%포인트 내린 연 1.292%로 장을 마쳤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1.3%를 나타내면서 연 1.2%대 금리 시대를 눈앞에 뒀다. 20년부터 50년까지 장기 국고채 금리까지 일제히 1.3%대로 내려왔다.

“한은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보름도 채 안돼 시장 금리가 0.1%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담당 운용역은 “한은이 금리 기조를 전환했을 때 인하 횟수가 한 차례에 그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갈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조정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9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의 동반 급락이 투자자들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해 선반영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들어간 Fed는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OMC 개막을 하루 앞두고 “소폭 금리 인하는 충분치 않다”며 Fed를 압박하기도 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도 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강달러를 막기 위해서라도 Fed가 발빠른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은 당분간 랠리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 259개에 순유입된 자금은 31일 현재 9조9984억원으로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