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블록체인 약점 드러낸 '크립토키티'의 몰락
교배를 통해 나만의 고양이를 갖는다는 단순한 구조로 인기를 끈 게임이 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다. 작년 말 크립토키티에서 만들어진 고양이 캐릭터 하나가 15만5000달러(약 1억7400만원)에 판매되는 등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크립토키티는 과거의 영광을 잃었다. 블록체인 분석사이트 블록시(Bloxy)에 따르면 크립토키티 거래 건수는 지난해 12월 8만500건 기록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에는 무려 98.4% 줄어든 1200여건에 그쳤다.

인기가 떨어지자 크립토키티는 대응책으로 키티배틀, 키티햇 등 추가기능을 도입했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하루 거래 건수는 1000건 이하로 떨어졌고 일일 이용자 수(DAU) 역시 3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블록체인 기반 게임개발기업 코드박스의 조미선 이사는 “게임을 하기도 전에 돈부터 내야 하고, 할 때마다 추가로 돈이 든다면 누가 그 게임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게임 속 모든 활동에 비용이 발생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더리움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특성상 트랜잭션이 발생할 때 마다 사용자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로 치면 로그인한 뒤 검색을 하고 그 결과를 클릭하는 등의 모든 과정에 사용자가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수수료도 크게 올랐다. 해외 신규 가상화폐 거래소 에프코인(FCoin)이 상장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개발사들의 경쟁적 에어드롭을 유도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수수료가 10배나 뛰었다. 크립토키티를 플레이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자연히 늘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요가 늘어나면 수수료는 더 인상될 수도 있다.

크립토키티 공동 창립자 브라이스 블라돈(Bryce Bladon)은 “게임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이더리움 수수료가 50배 이상 증가했다. 수수료 증가에 따른 크립토키티 트랜잭션 감소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높은 인기를 얻었던 크립토키티의 몰락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사용자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네트워크 거래량에 따라 비용은 점차 증가한다. 이오스(EOS)의 경우에도 앱 사용자 대신 판매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퍼블릭 블록체인에 연결된 하위 체인을 사용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성질을 지닌 하위 체인으로 개별 사용자 특성에 맞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당 네트워크에 대한 공증을 퍼블릭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식이다. 아이콘(ICON), 에이치닥(Hdac)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적으로만 존재하던 블록체인이 실제 사용되면서 네트워크 과부하와 트랜잭션 수수료 문제가 부상했다. 블록체인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심도 있게 강구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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