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 1위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LS오토모티브와 자동차 전지용 동박을 만드는 LS엠트론의 동박(copper foil) 사업부 지분 일부를 KKR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KR과 LS그룹은 LS오토모티브와 동박 사업부 지분 거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KKR은 두 사업부를 약 1조원에 패키지로 인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최근 지분 일부만 사는 안을 LS 측에 제안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유지하되 경영권 인수(바이아웃)가 아니라 소수 지분 참여로 선회한 셈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LS오토모티브 매각을 추진해온 LS그룹은 최대한 많은 지분을 KKR이 인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오토모티브는 1973년 대성전기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자동차 부품회사로 자동차용 스위치, 릴레이, 센서 등을 생산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주요 고객사다. 2008년 LS엠트론이 50.5%의 지분을 인수한 뒤 2011년 델파이가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지분도 사들여 100% 지분을 확보했다. LS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5년 한 차례 LS오토모티브 매각을 시도했지만 유력 인수후보였던 세코그룹과의 가격 협상이 결렬되며 매각이 무산됐다.

LS엠트론 동박 사업은 자동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 제품을 주로 만드는 사업부로 지난해 매출 약 1700억원에 영업이익 약 150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자동차 전지용 동박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S엠트론은 삼성SDI, LG화학, 일본 NEC 등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업체 대부분에 전지용 동박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독점 납품하는 일본 파나소닉에 전기차 전지용 동박을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KKR은 지난해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를 제치고 닛산자동차가 매물로 내놓은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칼소닉칸세이를 4893억엔(약 4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자동차 전장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당초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던 KKR이 왜 소수지분 투자로 선회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KKR에 1조원은 부담스러운 규모의 거래도 아닌데 소수 지분만 인수하겠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가격에 대해 매각 측과 이견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양측 간 지분율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창재/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