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파르다.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 외환당국이 손 쓸 여지도 많지 않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010원 선이 붕괴한 끝에 1009원20전으로 마감했다. 작년 말(1055원40전)과 비교하면 올 들어 4.38%(46원20전) 급락(원화값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국 20개국 가운데 한국의 통화가치 상승률은 같은 기간 뉴질랜드(6.86%) 호주(6.5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인도네시아(2.91%) 말레이시아(2.64%) 태국(1.36%) 중국(-2.28%) 등 아시아 신흥국과 비교하면 원화의 절상폭이 더 두드러졌다.

원화 강세의 가장 큰 배경은 2012년 3월부터 계속된 경상수지 흑자다. 선진국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난 반면 수입은 부진한 상황이다. 수출업체마다 달러를 가득 쥐고 있어 이들 물량이 외환시장에 풀릴 때마다 환율하락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1분기 부진했던 미국 경기지표가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도 강해졌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원인이다. 이들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서 원화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환율 방어에 나선 외환당국도 최근 힘이 부친 모습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당국이 개장 직후 스무딩오퍼레이션(시장개입)에 나섰지만 종가 1010원 선을 지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며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가 워낙 강해 맞대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구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세 자릿수 환율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부진 탓에 큰 폭의 경상 흑자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변수는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끝나고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되느냐다. 이 경우 글로벌 달러가 다시 강세로 전환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정상화 논란이 불붙으면 원화 강세 속도도 완만해질 것”이라며 “달러당 1000원 선이 깨진다고 해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