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6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가난했던 개그맨 지망생에서 연매출 130억원 프랜차이즈 대표로
짐 싸들고 전국 맛집 찾아다닌 끝에 고객 관점에서 보는 성공 노하우 찾아


[2030 프랜차이즈 CEO] 가난했던 개그맨 지망생, 연매출 130억 일궈…김성윤 꼬지사케 대표
김성윤 꼬지사케 대표(34)는 20대 초반 돈 한 푼 없는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프로 개그맨이 되려고 대학도 레크레이션학과를 지원했다. 정원 부족으로 과가 폐지되면서 우연찮게 들어선 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대학을 지원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레크레이션학과는 정원 부족으로 폐지될 것 같으니 식품영양학과로 입학하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인생에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길을 그렇게 가게 된 거죠."

그러나 김 대표는 개그맨에 대한 꿈을 쉽게 놓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레크레이션협회에 등록해 강사 자격증도 따고 이벤트 회사에 들어가 행사 사회도 봤다. 그러나 월 몇 십 만 원에 인생을 담보 잡힌 업계 선배들을 보면서 눈물을 머금고 개그맨의 꿈을 접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대학 때 공부한 전공을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게 식품영양이라 김 대표는 음식 장사가 떠올랐다. 대학 때부터 꾸준히 일해 번 돈을 밑천 삼아 경기도 광주에 조그만 치킨집을 차렸다. 핀 장사, 부채 장사 등 안 해 본 노점상이 없는 터라 물건 파는 데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예상은 빗나갔다. 처음 8개월은 하루에 몇 만 원 버는 게 전부였다.

"망한 거죠. 업종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짐을 싸들고 전국에서 장사 잘 된다는 매장들을 모조리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매장은 왜 그런지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매장들이란 공통점이 있었죠. 고객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식을 먹길 원하는 지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김 대표의 결론은 퓨전 포차였다. 이름을 '미스터 포차'로 짓고 매장 인테리어부터 요리까지 일일이 공을 들였다. 이벤트 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살려 고객들에게 재밌는 행사도 선보였다. 고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포차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등 당시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이벤트들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호점을 낸지 10개월 만에 2호점을 냈고 그 뒤부턴 3개월 마다 한 개씩 직영점을 늘려갔다. 입소문을 타고 가맹 문의도 들어왔다. 초기에는 전수비 500만 원씩만 받고 포차 컨설팅만 도왔다. 완전한 프랜차이즈는 아니었다.

"돈이 어느 정도 벌렸어요. 인건비 다 빼고 통장에 월 5000만~6000만 원씩 들어왔으니까요. 그 돈을 쌓아 놓지 않고 새 매장을 오픈하는데 투자했습니다.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퓨전포차 직영점 한 곳을 판 돈으로 프랜차이즈 법인을 세웠죠.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포차를 차릴 때 우리나라 맛집들을 찾아다녔다면 이번에는 해외로 가보기로 한 거죠. 당시 고민이 매장 임차료 문제였는데 일본의 조그만 꼬치집들이 잘 되는 걸 확인하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가 일본에서 벤치마킹해 시작한 '꼬지사케'는 론칭 3년 만에 매장을 120개까지 늘렸다. 15평 정도면 충분한 매장 콘셉이 소액 자본으로 창업을 원하는 가맹점주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주방장과 고객들이 직접 마주 보며 요리를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차별화된 점이었다. 김 대표는 꼬지사케 외에도 요리맥주전문점인 '엘리팝'과 막걸리전문점 '풍년담긴항아리' 등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올해 200억 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개그맨 지망생에서 전체 매장 수 200개의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돈을 벌기 전에 방법을 벌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성공이든 실패든 그 방법을 경험하고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간접 경험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한 다음에야 그 다음 단계가 눈에 보이는 거죠. 경험도 해보기 전에 적성부터 따지고 있으면 다음 단계가 안 보이는 겁니다.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요? 그럼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부터 직접 해보세요.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꼭 직접이요"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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