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5일 오전 10시29분

KTB투자증권 계열 사모펀드인 KTB PE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실제 인수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가장 큰 산은 KTB가 인수금액으로 활용할 96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논란이 됐던 금융당국의 허가 문제는 금융당국이 “인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함으로써 일단락된 분위기다. 따라서 두 달간 진행될 웅진그룹과의 배타적 협상에서 KTB가 자금 조달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준비 덜 된 KTB PE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B PE가 웅진코웨이 지분 인수를 위해 필요한 돈은 은행 대출 6000억원과 자체자금 조달 3600억원 등 총 9600억원이다. KTB PE는 3600억원짜리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기 위해 지난 23일 국민연금 실무진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웅진그룹이 KTB와 우선협상에 관한 MOU를 맺었다고 발표하기 하루 전에야 자금 조달의 핵심처인 국민연금을 만났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외에 다른 기관들과의 접촉도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과 관련해서도 KTB가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요청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KTB와 웅진그룹이 새로 만들 신설법인은 웅진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효담보가액이 시가총액(약 8000억원)의 49%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출받아야 할 돈이 6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모자라는 자금을 웅진코웨이의 신용만으로 빌려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참여 여부 주목

웅진그룹 관계자는 “KTB PE가 36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기 위해 연기금을 접촉하고 있고, 구두이긴 하지만 투자하겠다고 약속받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금융 문제에 대해서도 “복수 은행들과 어느 정도 얘기가 됐고, 신디케이션론 형태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행보가 이번 딜 성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돈을 넣겠다고 하면 다른 연기금도 동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수금융 역시 웅진그룹에 대한 대출금이 적은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인가 리스크’와 관련해선 KTB PE는 이날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협의한 결과 웅진코웨이 지분 인수에 대한 규정상 어떤 장애물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KTB투자증권이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계열사인 KTB PE가 웅진코웨이 인수에 참여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KTB PE는 증권과 별도 법인인 데다 증권이 직접 출자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인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안대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