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러분의 시대에는 '홈런',즉 인생역전을 위한 '한방'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학창 시절 얼마나 잘 인생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결정될 것입니다. "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은 3일 금융투자협회 ·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금융투자회사 CEO 대학가 릴레이 특강'의 네 번째 강사로 경희대에서 '금융위기,그 이후의 변화'를 주제로 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정부가 '9 · 11 테러' 이후 4년 동안 장기 저금리정책을 펴면서 저축보다 과도한 소비를 부추긴 데서 비롯됐다"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앞으로 세계경제는 기본을 중시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대학생들이 취업 등을 통해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에는 재산을 급격히 불리거나 '계급'이 일순간에 바뀌는 등의 변화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대학생들도 이러한 흐름에 대응해서 인생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학 법학과를 나온 그는 후배들에게 "대학 시절 취업을 위해 학점 토익 등의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프리드먼이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등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조언했다.

재테크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여전히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차입비율,상업용 부동산 및 카드부실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청산 작업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엔 '더블딥'(이중 경기침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적은 채권 등에 장기 투자해 안정적인 자산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금융권에 취업하고 싶다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눈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다른 사람의 돈을 맡아 굴리는 직업인 만큼 경제학 관련 실무적인 지식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배려심과 책임감,그리고 세상을 바라보고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대학생 때부터 직접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그보다는 많은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소양을 쌓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경제에 더블딥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이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신흥국가들은 두각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은 비관적인 경기전망에 너무 주눅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에는 많은 기회가 있는 만큼 인재들에게는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실이 가득 찰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은 높았다. 경영학부 3학년인 정승현씨(23)는 "금융현장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