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이달 들어 비금융주에 한해 공매도 제한을 풀어주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매도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 뿐 아니라 떨어질 때도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작년 10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폭락장의 경험을 떠올리는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증권사들도 속속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차ㆍ대주 서비스를 재개하며 공매도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공매도 문의 많아

4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의 각 지점과 고객상담 센터에는 공매도 관련 문의가 최근 부쩍 늘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달 1일부터 주식을 장기보유중인 고객이 공매도 하려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의는 주로 대차거래 가능 종목에 대한 것이며 기간과 한도, 매매방법 등에 대한 문의도 많다.

실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2일 이틀 동안에만 이 증권사 고객들이 주식을 빌려주겠다고 내 놓은 종목은 100여개에 이르며 수량으로는 20만주에 달한다. 또 실제 공매도를 위해 빌려간 주식수는 1만주 가량이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아직은 일부 전문적인 투자자들에 한해 대차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일반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관심이 많아 대기 수요는 상당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대차ㆍ대주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는 키움증권에도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개인 고객 비중이 커 대차ㆍ대주거래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잠재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신용 서비스처럼 대주 서비스가 또다른 회사의 확실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이달 중순까지 대주거래를 위한 전산점검을 마치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들 이달 중 전산점검 후 본격 서비스

현재 공매도를 위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는 동양 대우 이트레이드 등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동양종금증권은 고객들 끼리의 거래를 알선하는 경우고, 대우증권은 자사가 보유중인 주식을 빌려주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고려중인 한국증권금융에서 주식을 빌려와 이를 꿔주는 유통대주 방식은 현재 이트레이드증권이 거의 유일하게 서비스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공매도와 관련한 넷포지션(net position) 관리지침 지도를 하고 있어 관련 전산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리지침에 따라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계좌에 대주하고자 하는 종목의 잔고가 없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계좌 단위에서 고객 단위로 전산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전산체계 정비가 마무리 되면 속속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사들의 대주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대주거래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 증권사는 키움 이트레이드를 비롯 한국 굿모닝신한 현대 우리 등 13곳이다.

◆"공매도 아직은 시기상조"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반인의 공매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적인 기법이어서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여러 제약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종목이 한정적이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릴 수 있는 주식은 390종목이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대형ㆍ우량주에 한해 대주ㆍ대차거래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차려놓은 게 많아야 골라서 먹을 수 있는데 반찬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거래가 활성화되면 주식을 빌려줄만한 주체가 없어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릴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간도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신용거래처럼 최장 60~90일간 대차ㆍ대주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더 빌리고 싶으면 이 기간 안에 일단 갚았다가 다시 빌려야 한다. 반면, 외국인들은 최장 1년, 혹은 1년 단위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