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이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우량 회사에서 불기 시작한 회사채 발행 러시는 최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로도 확산되며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9일 영국 시장조사 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 기업(금융사 제외)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지난 19일 기준 4345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가을 이후 급속히 감소하다 올 들어 회복세로 돌아섰으며,최근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 거대 제약업체인 로슈가 지난 2월 말 달러 · 유로 · 파운드화 표시로 총 3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한 게 대표적 예이다. 프랑스 전력회사인 EDF가 지난 1월 중순 발행한 총 40억유로 규모 회사채 청약에는 발행액을 크게 웃도는 130억유로의 투자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뤄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전분기보다 1.8배로 늘어난 24조6703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2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9조7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발행액 2조3174억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2조3000억원에 그쳤던 일반 기업의 월평균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2월 7조7232억원으로 치솟았다. 3월 발행액도 2월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이번 주에는 투자적격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금호종금 한화LNC 등의 'BBB급' 회사채도 대거 발행된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팀장은 "신용 경색이 차츰 풀리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을 여전히 기피하는 실정이어서 회사채 발행은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