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맞아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중자금 유턴에 따른 유동성 장세는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건설 · 은행 · 정보기술(IT)주와 재무구조 개선주들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는 작년 말 88조원대에서 지난 16일 현재 120조510억원으로 120조원을 돌파하며 올 들어 30조원 넘게 급증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이같이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기 위해선 제로 수준의 실질금리,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해소 내지 진정,기업 구조조정 가시화,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확산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만큼 시중 자금이 증시로 순차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서 구조조정 움직임이 있고 3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돼 2분기부터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원은 투자주체별로는 △자금 여력이 있는 연기금과 보험 △고액을 굴리는 개인 △주식형펀드를 내세운 투신권 등의 순으로 유동성 장세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원 동부증권 연구원도 "잇단 기준금리 인하에도 MMF 잔액이 증가하는 등 시중 유동성이 리스크를 피해 단기 저위험상품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가 경기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미국과 중국의 총통화 증가율이 전달보다 확대됐고 한국도 3월 중 건설 조선 등의 구조조정을 거쳐 유동성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유동성이 경기에 선행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삼성증권은 유동성 장세에 대비해 업황 주기가 바닥을 치거나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미리 선점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황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 초반기에는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기사회생주'가 유망하고 후반기로 가면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면서 회복기에 들어서는 업종의 기대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기사회생주로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주,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은행주를 제시했다. 두산 한화 동부화재 코오롱 대우건설 등은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돋보이는 종목으로 꼽았다.

또 유동성 장세 후기로 가면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한솔LCD 등 IT주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한라공조 등 자동차 관련주들이 실적개선 효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삼성증권은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