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펀드 내년 3월까지 매달 1030억씩 매수

21일 1차분 주식매수 시작



증권 유관기관들이 만든 증시안정펀드가 21일 처음 투입돼 코스피지수 1000선 회복에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증시안정펀드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급 사정이 워낙 취약한 상황이어서 투자심리 안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시안정펀드는 총 5150억원 가운데 이날 1차분으로 교보악사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에 515억원씩 모두 1030억원의 실탄이 공급됐다.

이 중 실제 투자된 자금은 유가증권시장에 592억원,코스닥시장에 114억원 등 총 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투자 예정분 1030억원의 80%인 824억원이 주식시장에 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첫날에 목표치의 85%가 소진된 셈이다. 이날 집행하지 못한 118억원은 다음 주 주식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증시안정펀드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8 대 2의 비율로 투입된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집계하는 투자자별 매매동향 중 '사모펀드'는 397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왔다. 다른 사모펀드들은 소폭 순매도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코스피200지수나 코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수에 편입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골고루 매입한다는 얘기다. 또 인덱스 투자전략상 일부 자금은 코스피200선물을 매수하는 데 사용된다.

증시안정펀드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수급과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펀드의 기금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병주 증권업협회 상무는 "이날 펀드 자금이 투입되면서 코스피지수 900선이 깨지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에 맞게 펀드를 운용해 국내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 급변땐 조기 투입할 것"

그는 "내년 3월까지 매달 1030억원씩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자금을 앞당겨 투입할 수도 있다"며 "주가가 횡보할 때는 매달 20일 전후로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예정된 투자자금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거의 100포인트에 달하는 큰 변동을 보이며 55.04포인트(5.80%) 오른 1003.73에 장을 마쳤다. 장 마감 무렵에는 선물가격 급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프로그램 매수호가를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개장 초 분위기는 불안했다. 전일 미 다우지수가 악화된 고용지표와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5% 넘게 급락한 탓에 연중 저점(938)을 깨며 910선마저 위협했다. 이 무렵 증시안정펀드가 자금을 투입해 지수 반등에 힘을 실었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현물에서 모두 순매수로 급반전했다. 씨티그룹의 매각 가능성과 중국투자청의 AIG 지분 투자 검토,아시아 국부펀드들이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유수 기업들에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 등이 외국인 매수를 부추겼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지난 10월 저점과 연결된 이중 바닥 지지에 대한 기대심리에다 이틀간 미 증시 폭락에 따른 반등을 노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승폭에 대한 큰 기대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많다. 이 팀장은 "금융 불안이나 경기 침체 등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에 대한 해소 움직임은 없다"며 "추격하면서까지 상승에 편승하기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도 "경기와 기업이익이 모두 나빠지고 있어 내재가치에 대한 확신을 갖고 주식을 사긴 어려워 전 저점이 한 차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환/조진형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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