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한미은행에 대해 상장 폐지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히 국부 유출 차원을 넘어 금융정책 추진 과정의 효율성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전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의 상장 폐지 문제에 대해 "아직 확고한 계획은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한미은행 지분 공개매수 목표를 80%이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것임을 이미 표면화했다. 씨티그룹이 당장 상장 폐지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 지분이 80%를 넘으면증권거래소 규정상 주주 분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관리종목 지정을 거쳐 2년 뒤에는 자동적으로 상장 폐지되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 상장사를 인수, 자진해서 상장 폐지한 것은 지난해 10월 극동건설을 비롯해 여러 사례가 있지만 은행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한미은행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상장 폐지로 시장의 자율적인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 은행의 공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SK네트웍스와 신용카드 부실에 대한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순익 규모가 462억원에 그쳤지만 2002년에는 2천142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은 "한미은행 지분을 100%까지 인수한다는 것은 한국에서의 은행 경영을 씨티은행의 이해에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해석하고 "금융기관으로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공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는 "특히 금융 당국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창구 지도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점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연구원 한상일 연구위원은 그러나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소액주주 존재에 따른 법률적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부정적 측면 외에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풀이하고 "씨티은행과의 경쟁을 통해 국내 은행의 국제 경쟁력이 오른다면 상장 폐지의 부작용을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