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변심"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단기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공포감까지 나돌았다. 외국인의 차익실현은 "외국인 주식매도->지수하락->지수조정을 대비한 선물매도->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선물 저평가)전환->프로그램매도세 유입->지수 추가하락"이라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0일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선물을 5천계약 이상 순매도함에 따라 결국 선물지수가 KOSPI200지수보다 낮은 백워이션으로 전환돼 이같은 우려를 짙게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Korea)"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최근의 단기 급등과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를 앞둔 시장 여건상 상당한 이익실현 욕구를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조정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외국인 이익실현=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천6백억원에 육박했다. 매도금액만 보면 4천3백억원대 수준이다. 외국인은 이미 지난주 6일 이후 3일 연속 4천억원대의 매도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매수 규모에 가려 매도물량 증가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외국인 중 상당수가 주가의 단기 급등에 따른 이익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외국인은 평소 1천억∼2천억원대 수준이던 매도 규모를 지난달 말부터 3천억∼4천억원대로 늘린 바 있다. 특히 최근 2∼3주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월요일에 컸었는데 이번주에는 반대로 월요일에 순매도 규모가 컸다. 월요일은 미국 시장이 쉬는 날이라 주로 홍콩계 펀드들의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단기 이익실현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밀려 들어왔다 빠져 나가는 과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저항에 부딪친 IT주=최근의 단기 급등은 주로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의 IT(정보기술)주에 의해 주도됐다. IT주의 급등은 비단 한국시장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유럽시장에서도 지멘스 등 대표 IT주가 바닥권 대비 40% 이상 반등하면서 단기 랠리를 주도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유럽의 테크 지수가 70% 가량 올랐지만 지난주 후반부터 의미있는 저항선에 부딪치기 시작했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기술주의 반등을 이끌었던 선도 투자그룹들이 차익실현을 느끼고 있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연말을 맞아 주요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 고정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시장만 놓고 봤을 때 전고점이었던 지수 630선부터 700선까지는 별다른 매물대가 없었지만 이후에는 외국인 대기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도 지수 700선 안착의 가능성을 어둡게 한다. 한화증권 황성욱 연구원은 "외국인이 2∼3년 전 700선 이상에서 매수한 매물 3조4천억원 등 600대 후반 700대 언저리에서 외국인 매물이 상당히 출회될 것으로 보여 700선 안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단기 매매에 주력해야=이날 삼성전자 포철 현대차등 외국인 순매도 상위 다섯종목이 전체 순매도 금액의 86%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김지영 부장은 "업종 대표주가 주도한 최근 랠리성격을 감안할때 자연스런 차익실현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 연구위원은 "최근 뉴욕에서 대규모 매수 주문이 나오는 등 상승 국면에서 추격 매수한 장기 투자 성격의 외국계 자금도 상당하다"며 "어차피 한국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게 글로벌 투자자들의 컨센서스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사이에서 차익실현 물량을 소화해 주면서 계단식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회복의 정도가 강렬하지 않을 것이므로 단기 랠리가 매듭지어진 뒤에는 금융주와 신세계 하이트맥주 등 내수 관련주,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한 동북아 지역 내 경기회복과 관련된 종목이 시세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김 부장은 "더블위칭데이를 전후한 조정기를 업종 대표주의 단기적인 매수 기회로 삼고 내년 1∼2월의 횡보국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