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늙어가고 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40대 중·후반으로 중년의 무게감과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성장활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37주년 기념사업으로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와 함께 개발한 '한국기업의 연령지표'에 따르면 2000년 말 현재 4백84개 상장기업의 평균 나이는 48.33세로 추정됐다. 이는 6년 전인 지난 94년의 평균 나이 45.60세보다 3살 더 많아진 것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기업의 성장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뜻한다. 상장기업과 코스닥기업을 합친 9백52개사(금융업종 관리종목 등 제외)의 평균연령은 46.26세로 집계됐다. 4백68개 코스닥기업의 평균 나이는 44.11세로 생각보다 젊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이 개발한 '기업연령지표'는 기업의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한 물리적인 나이가 아니라 최근 3년간 매출액 증가율과 설비연령,경영자 평균연령 등을 감안해 성장성과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기업의 실제 건강상태나 종합체력을 20∼80살로 표현, 투자자들이 알기 쉬운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젊을수록 성장성이, 나이가 들수록 안정성이 뛰어나며 50대 이상은 쇠퇴기로 분류된다. 조사 대상 9백52개 기업을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가 37.8%에 불과했다. 40대가 32.9%, 50대 이상이 29.3%를 차지해 40대 이상의 연령층이 두터워졌다. 4년 전인 96년에는 20~30대가 44.9%, 40대는 28.8%, 50대 이상은 26.3%였다. 가장 젊은 기업은 코스닥 등록기업인 쓰리알로 분석모델상 최연소인 20세였다. 상장회사 중에는 제지업체에서 컴퓨터 관련 무역업체로 탈바꿈한 대원제지(34.66세)가, 상장제조업체 중에선 팬택(36.39세)이 최연소 기업으로 꼽혔다. 가장 나이 많은 기업은 코스닥의 성진네텍(80세)과 상장기업인 현대약품(79.55세)이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시가총액 상위 30개 상장기업 중에선 포항제철(64.27세)이 최고령을, 신세계(39.34세)가 최연소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6.69세였다. 코스닥기업 시가총액 상위 30개 중에는 SBS(65.90세)가 가장 고령이었고 하나로통신(21.27세)이 가장 젊은 것으로 평가됐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