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살 때는 높은 가격에 이익을 실현하고 기관들이 팔아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다"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6월들어 외국인들은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지난 21일까지 2천6백64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하루평균 1백78억원씩 팔았다.

앞서 5월에도 외국인들의 8백7억원어치 매도우위였다.

기관들이 같은기간 2조2천억원어치나 순매수한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지난 4월 1조1백98억원어치나 주식을 사들여 기관과 함께 화려한
"쌍끌이장세"를 연출했다.

그런데 5~6월엔 투자신탁이 "외끌이장세"를 이끄는 틈을 타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6월들어서는 외국인 주식매입자금 유입도 크게 둔화됐다.

외국인들이 주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인의 매도배경 =외국인들이 6월중에 2천6백억원이상 순매도한 것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IMF위기전처럼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광준 메릴린치 이사는 "최근의 외국인 순매도는 주식을 판다기 보다는
사는 것이 주춤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이 종합주가지수 700선에서의 매수기회를 놓친 뒤 현재가격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어 매수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외국인이 순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규모 펀드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신우 현대투자신탁운용 수석펀드매니저(한경펀드매니저클럽 멤버)도
"한국증시가 상승폭이 크고 상승속도도 빨라 차익매물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외국인 매도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 1억5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의 헷지펀드 매니저도 최근
방한해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의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며 "매도보다는 보유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매매전망 =외국인들은 당분간 매도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주가지수 850이상에서는 가격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빅5"를 비롯한 블루칩 가격이 상당히 올라있다.

일부 종목은 뉴욕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DR(주식예탁증서)값보다 높은
실정이다.

"한국에서 주식을 팔고 뉴욕에서 사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노린 아비트러지(차익)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강신우 펀드매니저)이다.

박정구 새턴투자자문 상무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상 큰결정을 앞두고서는
매매를 자제한다"며 "금리인상여부를 결정할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9일까지는 소폭이나마 매도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글로벌펀드의 자금이 최근들어 인도쪽으로 쏠리고 있다"며 "한국은
가격부담 때문에 적극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외국인 매수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헌수 메릴린치증권 이사는 "제일.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이 지연됨에 따라
외국인들이 한국주식 매수를 주춤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