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용 AI 솔루션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가 2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산업용 AI 솔루션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인공지능(AI)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겠죠. 하지만 모든 산업 분야에 AI를 도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용 AI 솔루션 스타트업 마키나락스의 윤성호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 향상 등 AI 활용 효과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마키나락스는 미국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를 판 기업처럼 ‘AI 골드러시 시대’에 AI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다.

마키나락스는 다양한 업종에 AI로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ML옵스(MLOps) ‘런웨이’, AI 기반 이상탐지 솔루션 ‘MRX-레이’, 제어최적화 솔루션 ‘MRX CtRL’ 등이 대표 상품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입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윤 대표는 SK텔레콤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다가 2017년에 창업했다.

마키나락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2023 세계 100대 AI 기업’에 선정됐다. 2021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새로운 혁신 스타트업 100곳 중 하나로 뽑혔다. 산업용 AI라는 특화된 기술과 성장 가능성을 보고 현대자동차, LG, SK텔레콤, 한화, GS,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잇따라 투자하기도 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309억원이다.

마키나락스는 2018년 첫 제품 출시 이후 3300여 개의 AI 모델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했다. 고객사는 태양광발전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제조업체 등 다양하다. 이들 기업이 마키나락스를 계속 찾는 건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AI로 발전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 태양광발전 업체는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전에 없던 정산금을 추가로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력 수요와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거래소는 전력 공급량 예측 오차율이 8% 이하인 재생에너지 발전업체에 꽤 많은 돈을 준다.

현대차는 로봇의 자동차 조립 라인 설계 과정에 마키나락스의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새로운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해 공장에선 수백 대 로봇의 조립 라인을 변경해야 한다. 보통 1~2개월 걸렸던 ‘로봇 프로그램 생성과 최적화’ 작업 기간을 마키나락스는 48시간으로 단축했다. 윤 대표는 “최근 생성형 AI 등 다양한 AI 기술을 도입하려는 스타트업도 주요 고객사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산업계의 AI 도입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조업에서 AI 솔루션이 PoC(사업 검증)를 통과하는 비율은 9% 정도”라며 “AI에 필요한 데이터, AI를 위한 인프라, 현장에 특화된 AI 기술 등 AI 도입 필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키나락스는 ‘산업 현장의 문제 해결을 통해 사람이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를 회사 비전으로 삼고 있다.

윤 대표는 “AI 확산과 함께 앞으로 기계가 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날 것”이라며 “사람은 기계와 AI가 못하는 창의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