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규모가 이달 들어 20일 만에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수입 증가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가 사실상 멈춘 결과로 파악된다.

이달 무역적자 20일새 102억 달러 '사상 최대'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1700만달러 적자(통관기준 잠정치)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 달간 무역적자(48억489만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크고, 작년 같은 기간 적자 폭(35억7900만달러)에 비해선 약 세 배로 늘었다. 1~20일 기준 통계에서 100억달러 넘게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201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195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66년 만의 최대 적자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5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5억600만달러 흑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급반전했다. 연간 기준으로 비교하면 마찬가지로 66년 만의 최대 폭 적자다.

이달 들어 적자 폭이 커진 것은 수입 급증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는 둔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436억41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1% 늘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수출도 부진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던 반도체(-7.5%), 무선통신기기(-24.6%), 컴퓨터 주변기기(-32.8%) 등의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줄었다. 1~20일 수출액은 334억2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 조업일수가 0.5일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수출액은 0.5% 늘었다. 0%대 증가율이 현실화한 셈이다.

8월 월간 무역수지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역수지는 4월(-24억7649만달러) 5월(-15억9996만달러) 6월(-24억8711만달러)에 이어 7월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8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확정되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4개월 만에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