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리사 시험 공부 중인 직원들의 모습. 사진=한화생명
계리사 시험 공부 중인 직원들의 모습. 사진=한화생명
국내 보험사들이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고자 보험계리사 인력 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험계리사 인력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지만 공급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험계리사는 억대 연봉은 물론 육체 노동, 스트레스 강도가 세지 않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는 직업으로 꼽힌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 자격자 수는 11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114명) 대비 27명(2.4%) 늘어난 데 그친 수치다. 특히 삼성생명(13명), 흥국생명·롯데손해(7명), ABL생명·푸본현대생명(6명), 현대해상·하나손해·메트라이프생명(5명) 등은 전년 대비 소속 보험계리사 자격자 수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보험시장 내 보험계리사 공급 인력은 수요에 비해 모자란 상태다. 업계에서는 2023년부터 총 3000명의 보험계리사가 필요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공급 대비 3배에 달하는 인력 수요가 존재하는 셈이다.

당장 내년부터 도입되는 IFRS17, K-ICS에 대비하기 위해선 국내 보험사의 보험계리사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다. IFRS17을 도입하게 되면 보험사 부채(미래 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 평가가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료, 보험금, 책임준비금 등을 새로 산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리 작업이 증가하고 복잡해진다. 보험계리사의 중요도와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보험계리사는 여러 위험 요소 등을 예측 및 분석해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산정하는 업무를 주로 맡는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은 내부 보험계리사 인력 육성을 위해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2018년부터 보험계리사 인력 내부 육성을 위해 잡오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일환으로 지난달 금융감독원 주관 보험계리사 2차 시험에 응시하는 직원에게는 업무 대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12일 간 출근하지 않고 연수원에서 합숙하면서 공부에 집중하는 식이다.

보험계리사 준비 직원은 해당 기간 정상 업무를 하지 않아도 월급, 수당 등은 모두 받게 된다. 한화생명은 잡오프 제도를 통해 지난 4년간 총 32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다. 동양생명도 올해 보험계리사 2차 시험 대상 직원에게 최대 5일 특별 휴가를 제공했다.

보험계리사 시험은 1차 시험 합격 이후 5년 이내에 5과목을 각각 60점 이상 득점할 경우 최종 합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국내 보험계리사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보험계리사 시험 문턱을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업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올해 시행되는 제1차 시험부터 토익, 토플, 텝스로 한정됐던 공인영어시험 인정 범위를 지텔프(G-TELP), 플렉스(FLEX)까지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대비 인력 수요가 큰 시장인 만큼, 추후 채용 규모 확대와 연봉 수준 상향 조정 등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보험계리사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요 국내 보험사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는데, 보험계리사의 경우 월 30만~50만원의 자격 수당이 추가된다는 점을 반영해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보험계리사 자격을 가진 사원을 채용하거나 내부 육성하고자 하는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인력 수요 뿐만 아니라 업무 중요도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향후 연봉 수준이 상향 조정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