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운임 고공행진에 전년 7배↑
올해 영업이익은 10兆 달할 듯
지분매각 등 지배구조 리스크
향후 주가, 새 주인찾기에 달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지난해 해운 운임 상승에 힘입어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1976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에 이어 네 번째로 영업이익이 많았다. 올해도 해운 운임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HMM 영업이익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및 민영화 추진 등과 관련된 ‘지배구조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출·영업이익 창사 이래 최대
HMM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3조7941억원, 영업이익은 7조377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5%, 652.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3.4%에 달한다.
글로벌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HMM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기록한 7조원의 영업이익은 그간의 영업손실을 한 번에 만회하고도 남는 성과다.
통상 해운업계에서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다. 성수기인 3분기에 비해 물동량이 줄기 때문이다. HMM은 고공 행진을 거듭한 해운 운임에 힘입어 이 공식을 깼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11일 4980.93으로, 1년 전(2825.75)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HMM 관계자는 “미국 항만 적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주 노선 물동량이 증가하고, 운임이 상승하며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날 HMM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7% 상승한 2만5000원에 마감했다. 역대급 실적을 앞세워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을 능가하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및 미·중 갈등에 의한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에 따라 글로벌 ‘해운 대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운 운임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장기 계약 비중이 많은 HMM 특성상 운임 반영까지 시차가 있어 올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려움 겪는 새 주인 찾기
올해 HMM의 최대 변수는 민영화다. HMM의 최대주주는 산은(20.7%)이고, 해양진흥공사는 20.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작년까지 HMM은 산은과 해진공의 공동 관리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해진공의 단독 관리를 받고 있다. 산은은 원활한 인수합병(M&A) 여건 조성을 위해선 HMM 지분의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 지분이 70%에 달한다”며 “이 상태에서 민영화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인수 후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떠오르는 후보군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일부 대기업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지분 매각 시점을 놓고 산은과 해진공의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산은은 기회가 된다면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해진공을 관리·감독하는 해양수산부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HMM 신임 대표에 내정된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오는 3월 29일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현대글로비스를 국내 1위 물류 기업으로 키워낸 주역으로, 재임 당시 사업 다각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HMM은 세계 최대 크기의 컨테이너선인 2만4000TEU급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초대형선 20척의 누적 운송량이 총 300만TEU를 넘었다고 22일 밝혔다. 최근 2만4000TEU급 HMM 함부르크호가 중국 옌톈항에서 만선으로 출항하면서 현재까지 누적 운송량은 총 301만1054TEU다.20척의 초대형선은 총 169항차 중 131항차에서 만선을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출화물을 뜻하는 헤드홀은 총 92항차 중 88항차를 만선으로 출항했다.HMM은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와 해운 재건을 목적으로 20척의 초대형선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를 핵심 항로인 유럽 노선에 투입하며 기존에 강점을 가진 미주 노선뿐만 아니라 유럽 노선에서도 경쟁력을 높였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HMM은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와 해운 재건을 목적으로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새로 만들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HMM은 이를 핵심 항로인 유럽 노선에 투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강점을 가진 미주 노선 뿐 아니라 유럽 노선에서도 글로벌 선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며 대한민국 해운 재건에 앞장서고 있다.지난해 상반기 초대형 선박 투입이 완료되면서 HMM의 선복량은 2016년 40만TEU에서 현재 82만TEU까지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선사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초대형선 비율도 약 50%로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또한 지난해 6월 추가 발주한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2024년 상반기까지 모두 인도받으면, 선복량은 100만TEU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HMM 관계자는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와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으로 인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해운기업의 주가는 상승했고, 조선기업의 주가도 다른 섹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운기업들은 작년 호실적에 더해 올해도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조선 섹터는 석유와 가스의 가격이 상승해 향후 수주 증가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어서다.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MM은 지난 18일 종가 대비 1.69% 오른 3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가 3만원 이상으로 하루 거래를 마친 건 작년 10월19일 이후 넉 달여만이며, 이달 들어서만 37.44%가 올랐다.주가 상승 요인은 호실적 덕분이다. HMM은 작년 연간으로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항만 적체로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하면서 지난 10여년간의 누적 적자를 모두 만회하고도 남은 성적표를 받았다.운임의 고공행진에 따른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오히려 올해 실적이 더 성장한다는 데 증권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조6224억원으로, 작년 대비 16.87% 많은 수준이다.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물류 병목현상은 작년 대비 완화되긴 하겠지만,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상 컨테이너 운임 시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사태에도 해상 운임은 오히려 상승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개발한 선박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클락슨지수는 지난 18일 3만3543으로 일주일 전 대비 2.3% 상승했다.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러시아는 주요 에너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지만, 해상 운송 의존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은 편”이라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가 에너지 가격 강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최근 운임이 하락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비슷한 논리는 조선섹터에도 적용된다. 러시아가 생산하는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지역으로 공급되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져 러시아가 제재를 받게 되면 유럽은 다른 천연가스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한영수 연구원은 “러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의 165.5%를 점유하는 반면, LNG 수출 시장에서의 비중은 8.4%이 불과하다”며 “천연가스의 상당량을 파이프라인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유럽 각국이 러시아가 아닌 곳으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으려면 액화천연가스(LNG)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러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직접 수주한 물량이 상당한 조선업종의 주가 흐름이 전체 지수와 비교해 크게 약하지는 않았다. 지난달 종가 대비 대우조선해양은 11.14%가, 삼성중공업은 7.34%가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3.02%다.한편 러시아는 인접국가인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는 데 반발해 국경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면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친 러시아 성향 반군이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자국 평화유지군의 이 지역 진입을 명령했다는 소식을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이 전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