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 상승과 농작물 재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외식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2개월 연속 3%대 상승을 기록했다. 정부는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해 품목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료품·공산품 등 일제히 급등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년=100)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 4.2%를 기록한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부터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으로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10월 3.2%로 뛰어올랐고 11월에는 오름폭이 더 커졌다. 3%대 물가상승률이 2개월간 이어진 것은 2012년 1~2월 후 처음이다.품목별로 보면 식료품, 공업제품, 서비스, 전기·수도·가스 등 전 분야의 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7.6% 올랐다. 오이(99.0%) 상추(72.0%) 등 한파 피해를 본 농산물과 공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달걀(32.7%) 돼지고기(14.0%) 등 축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른 한파로 김장철이 다소 앞당겨진 점도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됐다.공업제품 물가는 휘발유(33.4%)와 경유(39.7%) 등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5.5% 뛰었다. 2011년 11월 6.4% 후 최대폭으로 올랐다. 우유값 상승 등 여파로 빵(6.1%)을 비롯한 가공식품 물가도 3.5% 뛰었다. 서비스는 주택과 외식 관련 물가를 중심으로 2.2% 상승했다. 전세는 2.7% 올라 2017년 10월(2.7%) 후 가장 상승폭이 컸고 월세는 1.0% 상승해 2014년 6월(1.0%) 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했다.생선회(9.6%) 등 외식이 3.9%, 보험서비스료(9.6%) 등 외식 이외 서비스는 2.3%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3.0% 올라 2012년 1월(3.1%) 후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전기료 인상 등의 영향으로 1.1% 가격이 올랐다.정부는 지난달 물가가 크게 오른 이유로 국제 유가 상승, 한파·병해 등에 의한 채소류 강세, 재료비 반영에 따른 외식·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을 꼽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유가 급등세가 11월 중순까지 영향을 미쳤고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11월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높아진 것과 관련해선 원재료비 상승과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외식 증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물가 불안 상당기간 계속될 듯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신속히 반영되도록 자영주유소 가격 인하를 독려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확대하겠다”며 “생활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 중심의 물가관리 시스템도 가동하기로 했다.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를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물가상황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 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 소비심리 회복으로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다만 코로나19 재확산은 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전개 양상에 따라 경기와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소비 부진 영향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강진규/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
한국은행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치솟자 올해 물가가 종전 전망치(2.3%)를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뜀박질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내년 1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한은 조사국은 2일 내놓은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는 봤지만 예상치마저도 넘어섰다”며 “올 한 해 물가 상승률은 한은 전망치(2.3%)를 다소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보고서 발간 1주일 만에 수정 전망치마저 문제가 있다고 실토한 것이다.한은은 지난달 물가에 대해 “석유제품과 농축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한 데다 내구재 섬유제품 외식 등 가격의 수요 압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병목이 심화·장기화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올린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내년 1분기엔 1월과 2월에만 열린다.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큰 만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2월보다는 1월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미국도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긴축적 통화정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달 30일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면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몇 달 빨리 끝내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할 듯하다”고 말했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오미크론이 현재 알려진 것처럼 치사율이 낮다면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국은행이 11월 소비자물가가 3.7%를 기록하자 올해 물가가 전망치(2.3%)를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전망치를 일주일 만에 다시 수정할 만큼 물가 오름폭이 크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조사국은 2일 발표한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 보았지만 예상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한 수준(2.3%)을 다소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 2.1%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이를 웃돌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통계청은 11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동월 대비 3.7%를 올랐다고 발표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9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석유제품과 농축산물 가격이 고공행진한 데다 내구재 섬유제품 외식 등 가격의 수요 압력이 컸다"고 밝혔다. 11월에 석유제품(35%) 채소(9.3%) 축산물(15.0%) 등의 물가가 큰 폭 뛰었다.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병목이 심화·장기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인상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내년 금통위가 열리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 만큼 인상 시점이 2월보다는 1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아졌다. 이 총재가 이달 중순 열리는 한은의 물가설명회를 통해 인상 시점을 더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도 이 같은 금리인상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이 현재 알려진 것처럼 치사율이 낮다면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외부활동 축소로 경기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