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석 트위니 대표가 자율주행 기능의 물류 운송 로봇 ‘나르고’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가 자율주행 기능의 물류 운송 로봇 ‘나르고’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산업현장 곳곳에서 물류 무인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직원 고령화 등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트위니는 이런 무인화 수요를 겨냥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물류 운송 로봇을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 로봇 ‘나르고’가 서울 성수동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신사옥에 시범 배치돼 우편물 등을 실어나르고 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공장과 물류센터는 물론 물품 운반 업무가 많은 병원과 공항 등으로 물류 무인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각종 물류센터와 종합병원에서도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6일 말했다.

스스로 위치 인식하고 경로 찾아

기존 물류 로봇은 건물 천장에 둥근 표식(마커)이 그려져 있거나 바닥에 QR코드가 격자형으로 설치된 환경에서 움직인다. 로봇이 표식이나 QR코드를 토대로 위치를 인식해 움직이는 식이다. 트위니의 운송 로봇 나르고는 마커나 QR코드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로봇 본체에 부착된 3차원(3D) 라이다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구분하는 등 스스로 주변 지도를 그리면서 경로를 찾아간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빛)로 대상을 탐지해 3D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광학장비다.

천 대표는 “3D 라이다 센서는 사물의 높이와 깊이 등을 데이터로 계산해 연산량이 많고 이로 인해 느려질 수 있는 게 단점”이라며 “나르고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연산량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커 등을 설치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나르고의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나르고는 모바일 앱과 연동돼 조작도 간편하다. 나르고가 한 대 이상인 경우 물건 발송자가 전용 앱으로 수신자를 지정하면 가장 적합한 로봇이 자동 배정돼 운송 작업을 한다. 로봇 서버를 건물 엘리베이터 서버와 연동하면 로봇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위니는 나르고에 이어 대상 추종형 물류 로봇인 ‘따르고’도 선보였다. 따르고는 물류 현장에서 작업자를 정확히 인식한 후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물건을 운반하는 로봇이다.

“연내 택배 문전배송 로봇 출시”

트위니는 나르고와 따르고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아기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는 예비유니콘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 기업을 일컫는다.

천 대표는 “경쟁력의 원천은 맨파워”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전체 직원 90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KAIST를 나온 직원이 30명에 달한다. 천 대표의 쌍둥이 친형이자 트위니 공동 대표인 천홍석 대표도 KAIST 석·박사 출신이다. 그는 자율주행 이동 로봇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율주행 기술에 자신이 있던 그가 2015년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일하던 동생 천 대표에게 창업을 제안해 트위니를 세웠다. 사명은 쌍둥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twin·트윈)에서 따왔다.

트위니는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에서 쓸 수 있는 택배용 로봇을 선보인다는 각오다. 택배 트럭이 배송지 근처에 도착하면 택배 기사 대신 물류 마지막 단계인 문전배송을 담당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천영석 대표는 “실외에서도 무리 없이 움직이는 로봇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트위니는 내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