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 분할 및 매각을 위한 법률 자문 업무를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맡겼다. MC사업부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MC사업부 분할 후 매각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실사 자문은 EY한영회계법인에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 등 자문사들은 사업본부를 분할한 뒤 사업양수도나 분할사업부의 지분 매각, 지식재산권(IP) 매각 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통매각하기보다는 ‘쪼개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선행기술 연구개발(R&D) 등 핵심 기능만 남겨둔 채 매각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매각 추진을 암시했다. M&A업계 관계자는 “거래가 성사되기도 전에 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향후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더라도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배수진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은 한때 글로벌시장에서 톱5 안에 드는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누적 적자만 5조원에 달하고 있다. 업계에서 평가하는 MC사업부의 가치도 5000억원대에서 수조원대까지 편차가 상당히 크다.
상대적으로 해외 원매자들의 인수의사가 더 확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미사업 등 글로벌 시장 확장을 원하는 후발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베트남의 빈그룹과 중국 기업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는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사업을 염두에 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원매자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법률자문사를 먼저 선임한 것을 두고 향후 구조조정 등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은 대규모 인력 축소 등으로 인해 사내 임직원이 동요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권 사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사업 운영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은 유지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는 임직원 휴식공간에 커피를 내리는 로봇인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을 설치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바리스타봇은 국내 로봇 중 최초로 한국커피협회에서 ‘로봇 브루잉 마스터’ 자격증을 받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2000년대 중반 증권부 기자 시절. 대형 자산운용사 부사장 A씨의 사무실에 수시로 찾아갔다. A씨는 귀찮은 내색 없이 언제나 친절하게 시장 상황을 설명해줬다. 기자로선 너무 고마운 취재원이었다.어쩌다 이른 아침에 들르면 A씨는 기자와의 대화 중에 걸려오는 애널리스트 전화를 받기도 했다. 애널리스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순 없었지만 A씨 말을 통해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전화를 끊고 난 A씨가 “장 기자, 이게 ‘퍼스트 콜’일까를 항상 의심해야 해”라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큰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서 이 애널리스트가 투자 아이디어를 다른 펀드매니저에게 먼저 말하고 자신에게 나중에 알려줘 결과적으로 들러리 서게 하는 건 아닌지를 늘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였다.어느 날 A씨는 기자를 붙잡고 스마트폰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앞으로 모두가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세상이 될 거야. 그래서 횡단보도에서 사고도 많이 나겠지….”스마트폰이 몰고 올 미래의 변화를 설명하는 그의 얼굴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고백하자면, 기자는 A씨의 설명을 들으며 그다지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아, 네. 그렇겠군요”라고 예의상 공감을 표시하는 정도였다. 매일 증권시장 이슈를 포착해 기사를 써야 하는 ‘하루살이’ 증권 기자로선 몇 년 뒤 얘기는 한가한 말처럼 들렸다.A씨의 스마트폰 강의는 이제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세상이다.증권부 기자가 아니지만 A씨와는 여전히 연락하며 아주 가끔 얼굴도 본다. 증권부 기자로서 A씨를 2년 전쯤 만났다면 그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해 강의했을 것 같다.전기차와 배터리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 테슬라,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미 A씨의 강의는 필요없는 상황이다.일찍 투자한 사람들은 얼마나 더 수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아직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지 망설이고 있다.한 증권사가 지난달 이런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메리츠증권은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이 올해 시장의 주도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과거 스마트폰 시장 침투율(전체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기술 대중화 직전 단계인 0~10%에서 주가 측면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은 4% 전후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수익을 볼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이런 설명에도 전기차와 배터리의 주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면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동박’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배터리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지난해 10월 24일자 이 글에서 동박을 생산하는 SKC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이후 SKC 주가는 60% 이상 뛰었다.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비해 SKC 주가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며 “포스코를 제외하고 소재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데 SKC는 대기업 계열사여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기차와 배터리는 계속 성장하더라도 만약 동박을 대체할 기술이 나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황 연구원은 “현재 기술 로드맵상 기술 수준이 2~3단계 높아지면 동박이 필요없어질 수도 있다”며 “2035~2040년까지는 동박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전기차, 배터리 그리고 동박은 ‘정해진 미래’가 보이는 종목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모바일을 과감히 접고 전기차에 총력을 쏟는 등 LG그룹 사업 개편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8년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을 내세운 구광모 LG 회장의 승부수란 평가가 나온다.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기차 관련 LG 계열사의 주가는 최근 일제히 상승세다. 전날 LG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만8000원(10.78%) 오른 18만5000원에, LG디스플레이는 2만3300원(9.65%)에 거래를 마쳤다. LG이노텍은 20만5500원에 마감됐다. 모두 52주 신고가다. 시총 3위 LG화학은 주당 100만원에 육박했다.이들 기업의 최근 주가 급등은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LG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과 거리가 멀었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통신 모듈과 소형 모터 등을 생산하는 LG이노텍, 2차전지 1위 LG화학 등이 자동차 분야에서 수십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전기차 관련 사업을 LG그룹 전체의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실제 LG전자는 지난달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네셔널과 합작사 설립 발표 이후 주가가 두 배 뛰었다. 이에 힘입어 LG그룹의 시가총액은 올해만 약 26조원 늘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마그나 인터네셔널과의 합작 법인 설립 결정 이후, 시장이 전기차 관련 사업을 LG화학뿐만 아니라 LG전자가 포함된 LG 그룹의 사업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인수합병(M&A)과 관련 구 회장의 노출이 잦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전기차 관련 사업은 LG그룹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분야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포테인먼트와 모터나 인버터 등 구동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LG전자다. LG전자는 2013년 VS사업본부(당시 VC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오랜 적자에도 불구,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준비해왔다.재계에선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엔 과감히 뛰어들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여러 사업들은 발 빠르게 정리했다. 26년 간 이어온 스마트폰(MC) 사업본부를 최근 수술대 위에 올린 게 단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LG그룹의 사장단 회의 등에서 체질 개선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구 회장은 2018년 이후 취임 이후 배터리에 이어 전장 및 로봇 사업을 차세대로 먹거리로 점찍고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힘을 주고 있는 전장 사업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00만대에서 올해는 2000만대를 첫 돌파해, 오는 2025년에는 5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구 회장은 취임 직후 곧바로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18년 8월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BMW, 벤츠, 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했다. LG전자에 따르면 ZKW는 생산량 기준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 세계 5위권이다.2019년 말엔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기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고, 지난해 말엔 파워트레인 등을 생산하는 마그나와의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당하는 스위스 룩소프트와의 합작사 '알루토' 출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다른 계열사를 통해서도 전기차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자리를 두고 중국 CATL과 다투는 LG화학에서 전지사업부문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독립 법인으로 설립시켰다.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중점을 둔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P)-OLED 부문에 꾸준히 투자해 최근 벤츠의 차세대 럭셔리 전기차 세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패널을 공급했다.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