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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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할인과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2030세대의 수입차 사랑은 깊어지고 있다. 계획적인 소비로 수입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담에 ‘카푸어’(경제력에 비해 비싼 차를 샀다가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불안정한 수입에도 월 200만원 할부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차량 가격의 일부를 선납입하고 남은 금액을 할부로 납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딜러사의 자체 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적인 할인이 제공되거나 무이자가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낮아지는 만큼 욕심을 부리기 쉽다는 맹점이 있다. 한 딜러사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불안정하지만 무리해서 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며 “괜찮을까 싶지만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다 보니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도 조건에 맞는 할부 조건을 제시해 상품을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A씨는 “2016년 벤츠 SLK350 모델을 연 8%대 이율의 전액 할부로 구매했었다”며 “당시 월급은 세후 270만원인데 월 납입금 140만원, 보험료 26만원, 유류비 30만원 등 매달 평균 210만원은 지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이 부족하니 현금서비스를 받고 마이너스통장으로 갚고, 신용대출로 메꾸길 반복했다.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차를 처분했는데, 아직도 2500만원가량 빚이 쌓여 있다”고 후회했다.

낮은 월 부담금에 혹했다가 빚 폭탄

A씨 사례처럼 신입 직장인 등 사회초년생이 전액할부 등 방식으로 수입차를 타는 건 최근 금융상품의 초기 부담이 낮아보이는 탓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원금 유예할부 방식도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할부 원금 중 일부를 계약 만기까지 미루는 원금 유예할부는 2030세대에게 나중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매 방식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할부금융은 원금과 이자를 매월 동시에 상환하지만 원금 유예할부는 차량 가격의 30% 정도를 내고 할부 기간에는 연 6~10%에 달하는 이자와 약간의 원금만 납부한다. 이후 할부기간이 끝나면 차 가격의 절반 이상의 원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한다.

유예할부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적은 월 부담금에 혹해 수입차를 선택했다면 매달 돈을 내면서도 할부기간이 끝나면 다시 목돈을 부담해야 한다. 잔액을 내지 못한다면 재할부하거나 차를 팔아야 하는데, 재할부를 할 경우 이자율이 높아지고 차를 팔더라도 감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잔액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내야 하는 비용도 더 늘어난다.

수입차의 경우 차값 외에도 국산차에 비해 비싼 보험료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 1대당 평균 보험료는 수입차가 국산차에 비해 3.6배 비쌌다. 올해부터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수입차 보험료율 인상에 나서 기존 15%이던 고가 차량 할증이 최대 23%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리비 비싸…사고나면 감당 불가

수입차는 수리비도 국산차에 비해 2.6배 더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품 재고가 많고 사제 부품도 구하기 쉬운 독일 브랜드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판매량이 많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 국산차와 비교해 수리비가 5배 이상 드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 중 사고라도 나면 사회초년생의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미래의 기대 수입을 고려해 구매를 결정한 2030세대가 ‘카푸어’의 늪에 빠져드는 이유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2030세대가 선호하는 차량들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BMW 5 시리즈는 구입 1년 만에 매물 신세가 된 2019년식 모델이 올해 상반기에만 182대(일반 매물 기준)에 달했다. 메르세데스벤츠 2019년식 E300 모델은 327대가 엔카닷컴에 매물로 나왔다. 같은 기간 2018년식 E200은 250대, E220d는 160대가 등록됐고, 2019년식으로는 GLA 121대, E220d도 94대가 새 주인을 찾으러 나왔다.

오세성/신현아 한경닷컴 인턴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