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일본 무역전쟁 틈 타
관련산업 공동 육성 제안

삼성이 中과 협업 거부하자
칭화유니, 독자개발로 선회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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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여러 이유를 들어 중국 정부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한국 및 미국 기업과 협업하려던 계획을 접고 독자적으로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中 “소재·장비 공동 개발하자”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중순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공동 개발해 관련 산업을 함께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3대 핵심 소재(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다.

중국 정부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려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 도움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한국도 중국과 협업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의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국산화에 중국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불화수소 생산에 필요한 원료인 무수불산을 생산 중이다.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에 나선 국내 기업 솔브레인도 중국산 무수불산에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부문에선 중국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반도체 노광 장비를 개발 중이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중인데, 한국에서는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장비다. 중국 어드밴스트마이크로패브리케이션은 미국이 독식 중인 식각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 생산액은 33억6000만달러로 한국(25억8000만달러)을 앞섰다. 지금까지는 중국 업체들이 주로 자국의 반도체 장비를 사고 있지만,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도 중국산 장비 구입을 늘리는 추세다.
삼성, 中 '반도체 소재·장비 동맹' 거절했다

삼성 거절하자 독자 생산 나선 중국

삼성전자가 중국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에 도움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국 국유 반도체 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거부 의사가 알려지자 중국은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중국 국유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는 지난 16일 한국이나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기존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독자적인 연구개발(R&D)로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충칭산업기금 지원을 받아 향후 10년간 8000억위안(약 167조원)을 D램 양산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칭화유니는 2015년 D램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2월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인텔과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칩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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