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으로 건보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부담을 가입자에게만 전가한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건보 국고지원금 확대에 미온적인 반면 건강보험료는 큰 폭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3.49%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년 만에 가장 높았던 올해 인상률과 같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사회보험제도는 혜택이 확대되면 보험료도 오르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보료율 인상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경영·노동계 등 가입자 단체가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가입자 단체는 “보험료율을 올리기 전에 정부의 국고지원금부터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선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지금껏 지켜진 적이 없다. 올해도 건보 국고 지원 비율은 13.6%에 그친다. 정부는 처음엔 내년에도 13.6%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0.4%포인트 정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도 국고 지원 비율은 법정 기준은 물론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인 15~16%에도 못 미친다.

재정 누수를 막는 대책 역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는 지난 4월 앞으로 5년간 국민 의료 혜택을 늘리는 데 4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보험급여비의 1~3%에 이르는 재정 누수 요인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이 건강보험을 이용해 고액의 치료를 받고 보험료를 미납하거나 아예 출국해버리는 일이 많다는 지적도 수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정부는 최근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제도를 도입했다. 그마저도 수시로 출입국하는 외국인의 등록 정보를 제때 확인하기 힘들어 ‘건보료 먹튀’를 제대로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