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일본의 '간병 쓰나미'가 주는 교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많은 사상자를 냈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쓰나미는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준다. 이런 무서운 쓰나미가 고령화와 함께 우리 사회에도 몰려오고 있다. 바로 ‘간병 쓰나미’다. 빠른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을 돌보는 가족, 사회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간병 쓰나미를 경험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20여 년 앞선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이미 3500만 명을 넘어섰고, 80세 이상도 서울 인구보다 많은 1100만 명에 달한다. 거동이 불편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고령자는 2000년 218만 명에서 지난해엔 세 배나 많은 643만 명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직장을 다니면서 간병을 하는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고, 부모님 간병 문제로 부부, 형제간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간병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양시설의 간병 인력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고, 일본 정부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간병 인력을 수입하고 있다. 일과 간병을 병행하다 지쳐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연간 10만 건에 달한다. 경기 회복에 따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간병 이직이 새로운 사회 이슈로 부상했다.

2000년 3조6000억엔(약 36조원)이던 국가 간병비용도 2017년에는 10조8000억엔까지 늘어났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월 보험료 역시 급격히 인상됐다. 2000년 초 2911엔(약 2만9110원)이던 월 보험료가 지금은 5514엔으로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고령자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8년 66만 명에서 2025년 100만 명을 넘어서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도 2022년 고갈될 전망이다. 일본이 앞서 경험한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간병 쓰나미에 대해 중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국민 개개인도 갈수록 늘어나는 간병비 부담에 대비해 아직 몸이 건강한 지금부터 필요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간병보험 상품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골라 잘 활용해보자.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