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준비 없이 대책 발표 이뤄져…자세한 내용이 없어"

금융팀 =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인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9·13대책이 은행권과 사전에 충분한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아 은행 현장에서는 혼란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9·13 대책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한편 고객들의 문의에 대응하랴 정신이 없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을 불러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취지와 행정지도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으나 '디테일'에서 은행들의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A 은행 관계자는 "14일 감독원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이 질문을 많이 했는데 답변을 제대로 못 해 답답했다"며 "규제는 복잡한데 준비도 없이 하게 되니 자세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도 "큰 틀에서 정부대책에 공감하지만 좀 더 명확한 기준이 나와야 한다"며 "예컨대 1년 소득 규정이 작년 한해 기간의 소득인지 규정 시행일부터 1년 전까지인지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객들로부터 문의 전화와 방문 상담은 서울 강남권의 중심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정부대책 발표 이후 영업점에 새 대책 관련 안내 공문을 내려보냈으나 현장의 혼란스러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안내 공문이 정부 보도자료 수준에 그치고 일부 은행은 아직 Q&A(질의응답) 자료를 만들어 보내지도 못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시행에 따른 일선의 혼선은 결국 불가피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무주택세대의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의 취급 중단이 그 대표 사례다.

바뀐 제도에 따른 대출약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 은행이 관련 대출에 손 놓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는 생활안정자금 대출과 같은 시급한 대출의 경우 약관 문구를 이날 중에라도 제정해 은행에 안내하겠다는 입장이나,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9·13대책 세부사항 '미비'…은 행 대출현장은 '혼선'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해줘도 이후 관리 문제가 대두한다.

은행은 대출 기간 주택을 사지 않겠다는 약속을 고객에게 받고서 고객이 주택을 샀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당국 권고대로 3개월 주기로 이를 확인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주택소유시스템에서 이를 일일이 조회해야 한다.

차주가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이를 자동으로 은행에 알려주는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서다.

또 차주 개인뿐 아니라 차주가 속한 세대의 주택보유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세대원들로부터 신용정보조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차주가 대출 기간 약속과 달리 주택을 구입했을 때 은행이 이 차주의 대출을 과연 즉각 회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거리다.

분양권을 주택보유로 간주하는지도 일선에서는 안내를 달리하는 점도 혼선을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기점으로 분양권을 주택 수로 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분양권 보유자를 은행권에서 무주택 여부를 확인할 때 무주택으로 나오는데 기존 분양권을 매수했을 경우 주택보유자로 간주되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사전에 준비도 없이 대책 발표가 먼저 되고 이후 시행하려다 보니 혼란스럽다"며 "오늘도 은행연합회에 모여 또 논의한다고 하는데 이 혼란함이 언제 가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