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2017년 3월에서 12월까지로 시한 늦춰…규모는 조정
테이퍼링 관점 부정…오히려 상황 따라 추가 조치 열어둬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기간을 최소 9개월 늘려 월 600억 유로씩 모두 5천400억 유로(675조 원)를 더 풀기로 했다.

ECB는 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애초 '적어도 내년 3월까지'로 설정한, 국채 매입 등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 시행 기한을 내년 12월까지로 늦춘다고 밝혔다.

ECB는 회의 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3월까지는 지금처럼 월간 800억 유로 규모를 유지하되, 내년 4월부터 12월까지는 이를 600억 유로로 조정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CB는 국채 매입 대상과 관련해서는 지금과 달리 현행 ECB 예금금리인 -0.40% 미만의 국채도 필요하면 사들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완만하지만 탄탄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흐름을 짚고는 "그러나 하방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이션 위험은 줄었지만, 불확실성은 퍼져 있는 상황"이라고도 하고 이탈리아 은행 문제에 대해선 "이탈리아 정부가 상황을 잘 파악해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언급했다.

그는 기간은 늘렸지만, 월간 매입 규모는 줄인 이 날의 양적완화 확대 정책이 만장일치는 아니나 "매우, 매우 폭넓은 의견 합치"로 결정됐다면서 "ECB가 시장에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기한 연기, 월 매입 규모 축소'가 테이퍼링 아니냐는 관점이 포함된 기자의 질문에는 테이퍼링의 본래 의미가 양적완화의 급격한 중단을 뜻한다는 점에서 이날 내놓은 정책이 테이퍼링은 아니라고 대답하고 회의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의 영향에 대해서는 "그런 것들은 본래 특성상 중·장기적으로나 영향이 전면화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 평가를 유보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한, 각국 정부에 경제회복을 위한 기민하고도 실효 있는 구조개혁을 거듭 촉구하고 성장 친화적인 재정정책 노력도 이어나가기를 기대했다.

ECB는 이날 새롭게 내놓은 유로존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예측치 자료를 통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올해 1.7%, 2017년 1.7%, 2018년 1.6%로 각각 제시했다.

처음으로 예상 대상 시기로 잡힌 2019년은 1.6%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0.2%, 2017년 1.3%, 2018년 1.5%로 각각 전망하고 역시나 이번에 처음 포함한 2019년도는 1.7%로 점쳤다.

ECB는 직전이던 지난 9월 내놓은 전망치에선 성장률은 올해 1.7%, 2017년 1.6%, 2018년 1.6%로 발표하고 물가상승률은 각각 0.2%, 1.2%, 1.6%로 밝혔다.

한편, ECB는 이날 제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40%와 0.25%로 묶기로 했다면서 이런 초저금리 기조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존 언급을 반복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