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빛 발하는 '빚테크'의 마법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빚테크(빚+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0.1%포인트의 수익률이 아쉬운 때일수록 효율적으로 빚을 관리하는 게 중요해서다. 빚테크는 빚을 줄이는 재테크와 빚을 내서 하는 재테크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빚테크에 성공하려면 우선 빚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계에 부담을 주는 나쁜 빚과 자산 형성에 도움을 주는 좋은 빚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갚아야 할 빚의 우선 순위를 정해 대출 이자를 최대한 줄이면서, 대출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자산 상태부터 파악하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영향으로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빚테크를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빚내기 전에 우선 자신의 자산 상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출, 예금, 보험 등을 나열해 자산과 부채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그 다음에 우선적으로 갚아야 할 고금리 대출부터 골라내야 한다. 대출 규모가 자신의 소득에 비해 적정한지도 판단해야 한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은 연소득의 1.5배, 신용대출은 연소득의 20% 이내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빚을 갚을 때는 금리가 높은 것부터 갚아야 한다. 금리가 같다면 대출금액이 가장 적고, 대출 만기가 가장 빠른 것 순으로 갚는 게 좋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금융권 신용대출, 카드론, 1금융권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순으로 빚을 갚는 것을 권장한다”며 “연체가 발생한 대출은 개인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용등급 관리가 빚테크의 기본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이자 부담부터 줄여야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내리면서 돈을 빌리기가 쉬워졌다. 거주나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소비자의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빚테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기도 하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간 영업 경쟁으로 기본금리가 비슷한 수준에 형성돼 있다. 금리가 낮아졌다고 무조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안고 갈아타기보다 기존 대출의 금리 우대 등 혜택부터 살펴봐야 한다. 주거래은행이 제공하는 혜택 등으로 인해 만기 등 다른 요건이 비슷한데도 금리가 연 1%포인트 넘게 차이 날 수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절대 금액 자체가 크기 때문에 작은 금리 차이에도 이자 부담이 크게 늘거나 줄 수 있다.

2금융권과 정책상품에도 관심을

시중은행 외에 보험회사, 카드회사, 캐피털회사 등 2금융권에서도 다양한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지만 비교적 절차가 간편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이용자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회사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을 앞세워 주택담보대출 영업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상품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역모기지론(주택연금)이다. 집을 사기 위해 받는 대출(모기지론)과 반대로 갖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뒤 사망하면 갚는 상품이다. 주택연금 가입 후 사망 때까지 받은 연금액(대출금)이 주택가격보다 적으면 주택을 팔아 갚으면 된다. 나머지는 상속된다. 지난 4월에는 주택연금 혜택을 강화한 ‘내집연금 3종세트’도 출시됐다.

정부가 중(中)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선보인 사잇돌대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잇돌대출은 4~7등급 중신용자를 겨냥한 상품이다.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해주고 60개월 이내 원금 또는 원리금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