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9개국 대표단 'K-뷰티' 노하우 배우러 방한

"'K-뷰티' 노하우 배우러 왔습니다!"

25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서울 명동 거리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대표단이 그 주인공.
아세안 10개 회원국 가운데 브루나이를 제외한 9개국의 화장품 업체와 정부 관계자 18명이 대표단 자격으로 이날 한국에 왔다.

이들은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명동으로 향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다.

대표단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거리에 즐비한 화장품 매장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여러 브랜드 매장을 돌며 제품을 직접 피부에 발라보고, 직원들에게 원료부터 사용법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필리핀에서 온 카렌 탄공코 나란조 씨는 한 화장품 매장에서 나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예쁜 종이가방과 그 안에 가득 담긴 샘플 덕분이다.

필리핀화장품협회(CCIP)에서 정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한국에서는 화장품을 사면 샘플을 준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많이 주는 줄은 몰랐다"며 "종이가방도 매우 예뻐서 마음에 든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말레이시아 화장품 업체에서 근무하는 나빌라 압둘라 씨는 매장 입구에서 제품을 담는 바구니를 받고는 "화장품 가게에서 바구니를 사용하는 게 신기하다"며 웃었다.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화장품 브랜드는 이미 이들에게 친숙했다.

한국 화장품이 한류 바람을 타고 아세안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중화권을 넘어 아세안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지난해 태국에서만 8천800만 달러, 싱가포르 6천300만 달러, 베트남에서는 5천700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미얀마 무역진흥소비부의 지린훗 씨는 "한국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대외무역개발공사의 노르만 나스리 씨는 "젊은 층 사이에서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좋다"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이들은 화장품도 한국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 업계 관계자들에게 한국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 관계자는 "아세안의 화장품 업계 관계자를 단체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전부터 초청 요청이 꾸준히 있었는데 참가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대표단이 꼽은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브랜드 파워와 패키징(포장) 기술이다.

카렌 나란조 씨는 "한국 화장품의 디자인은 매력적이고 기술력은 혁신적"이라며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CC크림과 쿠션 팩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나빌라 압둘라 씨는 "한국은 제품 포장 기술이 매우 뛰어나 소비자가 사고 싶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한국 화장품 업계에도 아세안 국가들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유행에 민감한 35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한류의 인기도 여전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단은 아세안 시장을 사로잡으려면 각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렌 나란조 씨는 "필리핀에서는 한류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코리안 브랜드'의 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르만 나스리 씨는 "말레이시아처럼 무슬림 국가에서는 원재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달팽이 크림처럼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단은 29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아세안 기술 협력 세미나'에 참가한 뒤 국내 화장품 연구소와 박물관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한국 화장품 산업 전문가들이 산업 현황과 브랜딩 전략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아세안 대표단이 자국의 화장품 산업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