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사장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은 “중국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하더라도 LG전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식주가 존재하는 한 가전사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세분화와 융복합화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시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2016 KBIS’에서 초(超)프리미엄 빌트인(built-in·내장형)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출범행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LG브랜드 가치가 GE보다 높다”

조 사장은 하이얼의 GE 가전사업부문 인수가 LG전자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이얼은 미국 내에 세탁기 등 자체 공장을 갖고 있지만 유통시장 진입장벽에 막혀 점유율이 미미했다”며 “인수 후에도 중저가 브랜드인 GE의 한계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얼은 이미 일본 산요를 인수했는데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며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사장은 “하이얼이 품질 디자인 기능 혁신성 등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며 “GE를 인수했을 때 어떤 변화가 올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LG전자가 GE 인수에 나서지 않은 것은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는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지만 GE는 지역적으로 미국과 일부 중남미 시장에 한정돼 있다”며 “LG가 GE보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 GE를 인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나 삼성전자처럼 LG가 인수에 나섰더라도 독과점 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영화배우 로 보스워스(오른쪽)와 의상 디자이너 준 앰브로즈가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영화배우 로 보스워스(오른쪽)와 의상 디자이너 준 앰브로즈가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세분화와 융복합화가 무기”

조 사장은 가전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의식주를 기반으로 가전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G가 독자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도 가전시장이 세분화되고 스마트 기술과 결합을 통해 융복합화하며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사장은 “LG 로고를 뗀 독자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은 모험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도 늦었는데 나중에 시작하는 것은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지금 독자 브랜드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LG는 5년 전 빌트인 가전브랜드 ‘바이킹’을 인수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기술 수준이 낮아 2년 만에 되팔고 이번에 독자 브랜드를 선보였다.

시그니처 브랜드의 경쟁사는 서브제로, 울프, 써마도, 모노그램, 밀레 등이다. 미국 가전시장 규모는 연간 250억달러로 이 중 빌트인 시장은 80억달러 수준이다. LG의 주공략 대상인 초프리미임 빌트인 시장은 이 중에서도 15%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률이 일반 시장의 세 배에 달한다. LG는 이날 냉장고와 오븐, 쿡탑,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으로 구성된 기본 패키지를 2만달러에서 선보였다.

조 사장은 “오븐은 와이파이 기능을 넣어 외부에서 작동 가능하며, 가스잠금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있고, 보안 기능도 갖춰 스마트홈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며 “신기술에 민감한 부유층을 타깃으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