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도 농민도 소비자도 두부 '적합업종' 피해자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 두부시장에 미친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포장 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1년 이후 3년간 두부 생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이 각각 19.5%와 18.1% 줄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2011년 10월 도입됐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산업에서는 최장 6년간 대기업의 진입이나 확장이 제한된다. 두부는 2011년 12월1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대기업은 △비포장 두부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포장용 대형 판두부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며 △포장 두부시장에서도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게 됐다.

한국 두부시장 규모는 2013년 출하액 기준으로 5442억원에 달했다. 2005년(3243억원) 이후 연평균 8.5%씩 성장했다. 두부 시장은 적합업종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출하액은 2012년 5622억원에서 2013년 5442억원으로 3.2% 감소했다.

대기업의 판매량 감소가 이 같은 흐름의 주된 원인이다. 대기업의 포장 두부 판매량은 제도 시행 후 월평균 49t(1477t→1428t) 줄었다. 국산콩 포장 두부는 월평균 147t(1059t→912t) 감소했다. 대기업의 판매량 감소가 국산콩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수입콩 제품은 외려 판매량이 늘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포장 두부 시장에서의 확장 자제 요청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유기농콩, 유전자 무변형콩 두부 등 ‘프리미엄’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수입콩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국산콩 제품은 수입콩 제품보다 가격이 높지만 단위당 수익은 낮다”며 “매출 한도가 정해지면서 대기업들이 국산콩 비중을 줄이고 수입콩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이익은 늘어나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했던 수입콩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비중을 낮춘 국산콩 시장에서의 이익이 연간 24.9%가량 늘었지만 주력 시장이던 수입콩 시장에선 이익이 44.5% 줄었다. 대기업도 수입콩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익이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산콩 시장에선 이익이 25.5% 줄었다.

이진국 KDI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매출을 제한하면 그것이 곧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책적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기업전략과 시장 메커니즘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도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은 “가격의 소폭 하락, 화학응고제 사용 감소, 묶음 판매 증가 등은 소비자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며 “하지만 소비자 성향과 반대로 국산콩 제품 비중이 줄어들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손해를 금액으로 따지면 3년간 861억원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