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들이 표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들이 표면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에 ‘태풍의 눈’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당 52시간, 노사 간 서면 합의가 있으면 최대 8시간까지 추가로 근로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8시간 줄어든다.

새누리당이 근로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상만 좋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로자를 추가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한다. 수도권에서 표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H사장은 “우리는 호텔급 생산시설에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지만 생산직 인력이 늘 10~15명가량 부족하다”며 “이런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 주말용 근로자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1년 내내 구인광고를 해도 평일 근로자도 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주말근로자를 구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중소기업 생산 현장에 와서 일을 해본 뒤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경기도에 있는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K사 생산직 경력자가 주당 52시간만 일하면 월평균 급여가 지금의 420만원에서 294만원 선으로 30%가량 줄어든다. 이 회사의 C부사장은 “근로시간이 줄면 대학생 자녀를 휴학시켜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사분규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크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면 적어도 20~30%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어떤 업체가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느냐”며 “임금 인상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면 중소기업 노사관계가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