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압박받는 한은…이번엔 내릴까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국의 적극적 행보가 ‘한은 역할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이 낙관했던 내수회복세도 세월호 참사로 타격을 입었다.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여느 때보다 높은 압박 속에 열리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50%로 조정한 뒤 1년째 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자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한은은 꿋꿋이 버텼다. 그즈음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언급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은 서서히 약해졌다. 경제성장률도 연 3%대를 회복했다. 올초부터는 오히려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준비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다시 바뀌는 분위기다. ECB는 지난 5일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추가 부양책까지 시사했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 역시 “높은 강도의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아직 필요하다”며 완화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옐런 의장이 출구전략 언급을 눈에 띄게 줄였다”며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에 적극적인데 한은만 ‘나홀로 기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만 느긋하다’는 쓴소리의 근거는 또 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내수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실제 소비영향을 좀 더 확인하겠다며 신중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4%는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한 원화 강세도 고민거리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주요국마다 환율을 높이고(통화가치를 낮추고)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금리 인하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정여력이 부족한 정부 입장에선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더욱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한은의 운신 폭은 여전히 좁다.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거품이라도 끼면 훗날 ‘한은 책임론’이 불가피해진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겪는 영국부터 올해 안에 주요국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디에 보조를 맞출지 한은은 고심할 수밖에 없다.

김유미/주용석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