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는 올 들어 6%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장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완화적 통화정책(이른 바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을 통해 경기부양을 선언하면서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빠른 회복이 기대되던 이머징마켓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글로벌 평균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1%대의 상승률에 머물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초 증시는 ‘선진 강세, 이머징 부진’이라 할 수 있다.

○주가 상승은 ‘화폐적 현상’

지금의 글로벌 강세장은 부양정책 효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다. 제로수준에 근접한 정책금리와 자산 매입을 통한 무제한적 통화공급에 따른 선진국 증시의 강세는 역사적 경험상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기대가 높았던 이머징 시장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2008년 금융위기에도 단기에 충격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이머징 경제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선진경제와 달리 경기 과열에 따른 물가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수출 부진 등 경기후퇴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풀어놓은 유동성 유입에 따른 통화 증가로 물가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은 긴축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파생되는 성장 둔화와 통화 여건은 투자자가 선호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년 3분기 이후 물가안정세에 힘입어 긴축 기조를 일부 완화한 중국의 주가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한 것은 물가와 통화정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질적 변화를 앞둔 브릭스 국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간에 회자된 ‘뉴 노멀’(New Normal)이란 용어가 있다. 위기 이전과 다른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내용 중 하나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이머징, 그것도 아시아지역 신흥국가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머징 경제의 경우, 선진경제가 밟아온 과정을 압축해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경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느냐에 따라 진행 경로가 달라질 것이다. 보는 입장에 따라 전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03년 이후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과잉과 치우침, 그리고 단계를 앞서가는 소비의 폭발적 증가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머징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를 보면 국가별로 발전단계와 자원보유 등 조건 면에서 차이를 보이긴 한다. 그러나 성장 둔화와 물가불안, 적정 수준으로 교육받은 노동력의 부족, 임금상승에 따른 경쟁력 저하 등 한국이 1980년대 말 이후 겪어 온 한계에 공통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성장의 질적 변화를 경험하는 브릭스 대신에 아세안국가나 중동, 아프리카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물가안정이 관건인 남미시장

중국 정부는 요즘 ‘성장이냐, 물가관리냐’를 놓고 고민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홍콩 H시장의 경우 지난 3개월간 35%나 상승해 과열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중국은 아직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은 단기간 상승 후 잠시 쉬어가는 형국이다. 경기 회복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아세안 시장에 대한 올해 전망은 단기적 시각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와 자원, 내수 중심의 안정적인 경제구조 등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 또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싼 밸류에이션에도 불구, 자금 유입이 꾸준히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아세안 시장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

남미 시장은 국가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중에서 브라질 정도가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지역이다.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더욱 강화되며 경기도 과열됐다. 불어난 유동성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찾아온 상황)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채 시장에는 좋은 투자 기회지만 주식투자자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매우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되고 경기회복의 전환점만 찾아오면 다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도는 물가가 상승하고 재정수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를 보이는 등 브라질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적 입장은 브라질과 상반된다. 성장률 둔화를 이겨내기 위한 경기부양 계획으로 글로벌 자금이 계속 유입 중이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도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주식시장은 유가 및 천연가스의 가격 추세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 최근 미국 셰일가스 공급의 안정화와 함께 유가의 변동성도 적어지면서 러시아 주식시장이 좋지 못한 흐름이다. 올림픽 등 긍정적인 이벤트에도 불구, 브라질과 달리 총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통계학적인 측면에서 러시아 시장은 특별한 성장 동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과 아세안국가에 관심

주식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이 변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지역, 국가 경제는 개선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다.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2013년 남은 기간의 투자대상으로 이머징 증시를 선별한다면 △외부 자금 유입이 있으면서 물가압력이 높지 않은 곳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수행하거나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고도화가 진행 중인 중국이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세계적 경기부양 분위기가 실제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시화되는 시점에는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로 관심을 넓혀야 한다.

조태훈 <삼성증권 SNI지원팀 부장 th0806.cho@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