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보름쯤이면 다 지나간다. 으레 이맘때면 세계적인 석학과 전망기관들의 다음해 예측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예측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 반문해보는 것도 매년 되풀이되는 일 중의 하나다.

올해에도 각종 예측이 수없이 많이 나왔다. 가장 많았던 것이 중국 경제가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란 예측이었다. 특히 ‘닥터 둠’(Dr. Doom, 비관론자)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마크파버리미티드 회장이 이를 강조해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에 미친 충격이 적지 않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올해 중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대재앙)’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이런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중국 경제는 7.7% 성장했다. 중국 정부 목표치이자 잠재 성장률인 7.5%를 웃돌았다. 경기순환 상으로도 3분기 7.4%를 저점으로 4분기 이후에는 8%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연착륙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의 ‘더블 딥(double dip· 이중침체)’에 대한 예측도 끊임없이 반복됐다. 루비니 교수는 침체의 골이 세 개가 생기는 ‘트리플 딥(triple dip·삼중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까지 내놓았다. 이런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도 일본 경제처럼 장기간 불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경고도 나왔었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4%로 떨어질 때만 하더라도 이런 예측이 맞아들어간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2.7%로 회복되면서 이제는 미국 경제 앞날에 대해 ‘소프트 패치론(soft patch·‘U’자형 회복)’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시각이 미국 국민들 사이에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가격에 낀 거품이 붕괴될 것이란 관측도 올해 내내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직전에 한번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어서다. 월가의 슈퍼 리치 투자자인 윌버 로스 WL로스 회장도 주장했던 만큼 예측이 맞을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최근 국채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메리카(Kormerica·Korea+Americ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 국채와 함께 미국 국채가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유럽위기와 관련한 예측도 유난히 많은 해였다. 그 중에서 씨티그룹 등이 제시한 ‘그렉시트(Grexit·Greece+Exit)’가 이목을 끌었다. 과도한 국가채무 부담과 프랑스 독일 등 유로존 주도국들의 지원 중단으로 결국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락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리스 자체만 보면 진전된 사항은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가 돼 구제금융 지급을 극적으로 결정하면서 유로존에 남게 됐다. ‘그렉시트’보다 독자적인 운영권을 주는 ‘G-유로’ 안이 그리스 위기 해결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그리스는 앞으로도 유로존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루비니 교수는 유로화 가치가 미국 달러와의 등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유로=1달러’의 등가 수준은 유로존이 출범할 당시의 환율 수준이다. 이런 예측은 1990년대 초 국제금융시장이 홍역을 치렀던 유럽통화위기가 재연돼 ‘제2의 조지 소로스 투기론’이 나오는 빌미를 제공했다.

한때 유로화 가치는 1.18달러대까지 급락했었다.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1.32달러대까지 회복했다. 유로존 자체 요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어서 언제든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 집권 2기에도 양적완화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유로화 가치가 등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값 예측도 크게 빗나갔다. 도이치방크 등은 양적완화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풀린 돈이 몰리면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3000달러가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낙관론도 나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때부터 금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150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하다 최근에는 17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값 이상으로 투자자를 울린 또 하나의 예측이 있다. 페이스북 기업공개(IPO)가 대박을 칠 것이란 예상이었다. 구글의 IPO가 대성공을 거뒀던 만큼 의심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었다. 최근 페이스북 주가는 17달러 아래로 떨어져 지난 9월 공모 당시 38달러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야말로 ‘최악의 예측’이다.

예측과 관련해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마교 또는 미신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다. 위기와 같은 혼란기에 마치 굿판을 벌이듯 예측이 쏟아져 나오지만, 경제주체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석학이나 유명한 전망기관들의 예측일수록 그렇다. 모든 예측이 ‘족집게’가 될 수 없지만, 최소한 경제주체들의 판단에 혼란을 초래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