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한파…1억 예금해도 月이자 24만원
이자로 사는 은퇴생활자인 성현모 씨(66)는 작년 말 3억원을 종신형 즉시연금에 넣었다. 가입 직후 받은 월 수령액은 159만원. 하지만 성씨는 이달에는 150만9000원만 손에 쥘 수 있었다. 1년 사이 월 수령액이 8만1000원 적어진 것이다. 즉시연금의 적용 금리가 연 4.8%에서 4.3%로 0.5%포인트나 떨어진 탓이다. 성씨는 “연금 수령액이 계속 줄고 있어 전보다 아껴야 한다”며 “주변 친구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고 하소연하는 중산층 은퇴자가 크게 늘었다. 총 72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면서 예금 이자가 뚝 떨어진 데다 주식·부동산 침체로 가욋돈을 굴리기도 만만치 않아서다.

올해 중산층 은퇴자들은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정부가 내년부터 비과세 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 은퇴자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연평균 13.28%(한은 기준)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올 10월 연 3.37%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였던 2009년 4월(연 2.94%)에 근접한 수치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봐야 세금(15.4%)을 떼고 나면 월 24만원 정도밖에 못받는다.

중산층이 ‘틈새’ 재테크 상품으로 애용해온 저축은행 예금 금리도 예전 같지 않다. 1년짜리 금리가 지난 10월 연 3.93%를 기록했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마저 ‘연 4.0% 벽’이 깨진 것이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황모씨(59)는 “저축은행 몇 곳이 영업정지당한 뒤로는 이자를 덜 받더라도 대형 은행만 찾게 된다”며 “생활비가 줄어 친구들을 만나도 점심값 내기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중산층 은퇴자들에게는 치명타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80%에 달할 정도로 자산 구조가 한 쪽으로 쏠려 있어서다. 작은 집으로 옮긴 후 남는 돈으로 은퇴생활을 즐기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택가격지수는 2009년 100.5(2011년 6월=100)에서 지난달 97.2까지 추락했다.

즉시연금에도 내년부터 세금

상황이 어려워지자 최근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주택연금 가입을 검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집을 맡기고 생활비를 평생 받아 쓰는 제도다.

중산층 베이비부머들은 내년엔 더 힘든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시중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노년 비과세’ 항목을 대폭 축소하기로 해서다.

당장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현행 4000만원에서 내년에는 3000만원으로 낮아진다. 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하면 15.4%의 이자소득세 대신 최고 41.8%인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지역농협·수협, 신협 등 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에 맡긴 예탁금에 대해 3000만원 한도로 적용해온 비과세 혜택도 폐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퇴직금 등 목돈을 넣고 매달 연금을 받는 즉시연금에 대해서도 내년부터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당초 모든 즉시연금의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했지만 보험업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고액 납입분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준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금제도센터장은 “은퇴자들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고정소득이 나오는 일을 찾거나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반영해 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