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오늘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때마침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다시 생기면서 최중경 주(駐)필리핀 대사가 내정돼 경제정책 지휘부가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새로운 통화정책 수장과 경제정책 조율사의 등장으로 향후 우리 경제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최 내정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 재정부 1차관으로서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김 한은 총재와 함께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에 시동을 걸었고 그 이전부터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진동수 금융위원장 등과 동고동락한 경험이 많아 호흡을 맞추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훈련된 정책전문가의 재등장이라는 점에서 경제팀내,한은과 정부 간 불협화음은 최소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일각에선 최 내정자가 '환율주권론자'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특정한 환율 수준에 집착,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가 이런 불안감을 없애기위해서는 주요 정책에 대한 경직적인 소신을 접고 참모로서의 보좌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내 의견은 없고 대통령의 비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무엇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김 한은 총재의 책무는 특히 막중하다. 물가안정이라는 고유 역할과 중앙은행 독립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위기극복 차원에서 정부와의 정책협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김 총재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한은의 독립성도 중요하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보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통화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한국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그간의 재정확장정책에 힘입어 올해 5% 성장이 기대되고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나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고 그 여파로 경기선행지수도 2개월 연속 꺾여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한은과 정부 경제팀이 긴밀(緊密)한 협력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한은 총재와 최 내정자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고 그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