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선 재국유화 논란이 거세다. 중국 정부가 경제위기 이후 철강 조선 석탄 항공 석유화학 소비재 등 각 산업 분야에서 국영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사례가 부쩍 늘면서 중국이 다시 국유화의 길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중국 지도부로선 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더블딥(경기 반짝 상승 후 침체)을 면하려면 민간경제를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국유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8일 동방조보에 따르면 국영기업인 산둥철강은 민영기업인 르자오철강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합병 이후 산둥철강의 연간 매출은 1676억위안(약 30조1680억원)으로 중국 2위 철강사가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산둥성 정부 주도로 부실 국영기업이 우량 민영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며 국영기업이 발전하고 민영기업은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사례라고 지적했다.

석탄 산업에서도 재국유화가 진행 중이다. 국영기업이자 중국 2위 석탄회사인 중메이그룹은 이날 민영기업인 산시진하이양을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로이터통신은 8월 초까지 중국 최대 석탄 산지인 산시성에서 2000여개에 달하는 소형 탄광의 70%가 대형 탄광에 인수됐다고 전했다. 인수 주체는 대부분 국영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소형 탄광을 현재 1만4000개에서 1만개로 줄인다는 방침이어서 국영기업 주도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민영 둥싱항공이 최근 파산한 배경에 국유 항공사로의 피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중국 언론들의 분석이나,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궈메이의 황광위 전 회장이 구속된 이유 중 하나가 민간인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파워가 너무 강해지는 걸 용인할 수 없는 지도부의 인식 때문이라는 FT의 보도 역시 국진민퇴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민간 주유소들이 국영기업에 잇따라 인수되는 것도 재국유화의 사례다.

소비재 시장에서도 재국유화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우유업체인 멍뉴의 창업자 뉴건성 회장은 최근 주력 자회사인 네이멍구멍뉴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중국 정부가 지명한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멍뉴는 멜라민 사태 이후 단일 최대주주가 중국 정부로 바뀐 상태다.

FT는 한 중국 기업인을 인용,"중국은 다른 권력을 용인하지 않는 중앙집권적 국가여서 정치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재국유화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증권보는 중국 경제가 더블딥을 면하려면 민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게 투자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