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후 악화 일로를 걸었던 은행 경영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요동치던 연체율과 예대마진이 안정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경영이 기조적으로 호전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은행을 짓누르던 불황의 공포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상승세 진정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1.58%로 작년 말에 비해 0.50%포인트 상승했지만 최근 최고치였던 2월 말의 1.67%포인트에 비해선 수그러들었다. 원화대출 연체율은 2007년 말 0.74%에서 작년 말 1.08%로 상승한 뒤 올해 1월 말 1.50%,2월 말 1.67%까지 상승했다가 3월 말 1.46%로 낮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손상각 등으로 집중 관리한 3월 말에 비해선 4월 말 연체율이 0.12%포인트 올랐지만 2월 말보다는 0.09% 낮은 수준"이라며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있어 연체율이 급격히 올라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던 중소기업 연체율도 2.59%로 전월 말(2.32%)에 비해 0.27%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2월 말 대비로는 0.08%포인트 하락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중소기업 대출 100% 보증,지방자치단체의 공사 발주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중기대출 연체율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그룹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워크아웃과는 달리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지 않아도 된다"며 "여신 500억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에도 워크아웃 대상이 5%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대금리차 상승 반전

은행 수익을 압박해 온 예대마진도 4월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중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1.79%포인트로 3월에 비해 6bp(1bp=0.01%) 상승했다.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급락하며 올 1월 2.40%포인트에서 3월엔 1.73%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에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초 예대마진은 6월께 반전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 빨라졌다"며 "향후 은행들이 신규 예대마진을 250bp대를 유지하면서 2011년까지 잔액 예대마진과 NIM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고객 민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향후 CD금리가 상승할 경우 250bp 이상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받은 고객들이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