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16일 야자키,스미토모 등 일본 전선업체들이 독점해오던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쓰이는 고(高)전압 케이블과 커넥터(연결장치)를 선보였다. 일반 자동차엔 12V(볼트)급 전선이 쓰이지만 하이브리드카,전기자동차,연료전지 자동차처럼 많은 양의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들은 300V 이상의 높은 전압과 많은 양의 전류를 견딜 수 있는 특수 전선과 연결장치가 필요하다.

LS전선이 내놓은 신제품은 300A(암페어)급의 전류를 전달할 수 있는 고전압 전선이다. LS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 개발한 이 제품을 미래형 자동차 외에 높은 전압이 필요한 산업용 중장비와 선박 등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산업의 '혈관'으로 불리는 전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풍력발전 등 신 · 재생 에너지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전선시장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린산업과 동반성장

친환경 사업과 함께 한 단계 발전한 전선의 대표적인 예는 풍력발전용 케이블이다.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풍력발전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꼽히자 전선업계는 수만번의 회전을 거뜬히 견딜 수 있는 전선을 개발했다.

국내업체로는 최초로 풍력발전용 전선을 개발해낸 LS전선.이 회사는 지난해 8월 20년 동안 사용해도 손상되지 않고,불에 타지 않도록 설계된 풍력발전용 전선을 만들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풍력발전의 성장은 또 다른 전선 개발을 이끌어냈다.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가 일으키는 소음이 크자,이를 육지가 아닌 해상에 짓기 시작하면서 바다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육지로 전달하는 해저케이블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바다 속에 전선을 깔아 전기와 물,가스까지 전달하도록 하는 해저케이블은 전선기술과 시공기술을 고루 갖춰야 가능한 사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LS전선이 진도~제주간을 잇는 해저케이블 사업을 따내면서 해저케이블 시장의 문을 열었다. LS전선 관계자는 "33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유럽 전선 회사들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스마트 케이블 시대 열렸다

LS전선은 1999년부터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을 연구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만들어 송 · 배전을 하는 사이에 전기의 4~5%가 손실되는데,이를 없앨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성과는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다. LS전선은 대용량 전기를 손실없이 전달할 수 있는 초전도 케이블을 내년부터 경기도 이천 변전소에 설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전도 케이블을 상용화하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전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선업계는 또 '가정 내 광 케이블'로 불리는 FTTH(Fiber to the home)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설비 방식의 한 종류인 이 제품을 사용하면 집에서도 ADSL(디지털 가입자 회선)보다 100배 이상 빠른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 밖에도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내시경 기기와 같은 의료기기에 쓰이는 초극세선(MCX)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면서 전선업체들은 더욱 얇고 유연한 전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