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들이 최고 경영진들의 해외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나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에 반발, 자국을 방문한 경영진들을 억류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한 민간은행 대표는 "내가 오늘 독일의 거래 은행을 방문했다가 그들이 나를 가두고 심문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일부 은행에서 예방차원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이 연방 세무조사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한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고위급 간부들을 억류했던 것을 고려해볼 때 이들의 우려가 단지 기우만은 아니다.

미국은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스위스의 은행예금 비밀보호법 완화를 주장하고 있고 프랑스, 독일과 함께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 스위스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스위스 민간은행 대표는 "미국에 가면 억류당하고 심문받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나라면 미국에 가는 것을 재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등 인근 유럽국도 여행하지 말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조세피난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스위스의 한 은행 간부는 "이는 은행 비밀주의의 문제가 아니다"며 "강대국들이 내부 문제를 외부의 적을 찾아내 공격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