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급거 귀국과 미국측의 '소매끌기'로 이어지는 극적 반전으로 하루를 보낸 한미 쇠고기 협상이 17일 밤(한국시간)부터 재개된다.

협상은 한국시간 이날 밤과 내일 새벽 두 차례에 걸쳐 실무협상과 고위급협상으로 나눠 진행된다.

무엇보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로 돌아온 김 본부장이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해 미국측으로부터 진전된 수정안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져 이날 협상은 쇠고기 문제의 조기타결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두 단계 협상' 진행

어렵게 이어진 쇠고기 협상이 하루 미뤄진 데 대해 주미 한국대사관은 "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된 것 같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협상이 하루 미뤄진 것은 일정 상의 문제일 뿐 협상 자체에 대한 양측의 갈등때문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는 17일 "김 본부장이 슈워브 대표와 전화접촉과 비공식협의를 가졌으며 협의결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장관급 협의를 하루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조율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양측간 긴박한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측이 진전된 수정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측의 양보선이 어디까지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양측은 하루를 쉬며 전략을 가다듬은 뒤 17일 밤(한국시간)에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한국내 수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기술적 협의를, 오후에는 이 조치의 실효성 담보방안에 대한 장관급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 조기타결 물꼬 틀까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귀국하려는 김 본부장을 붙잡은 미국의 수정제안이 우리측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느냐다.

수정제안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김 본부장이 협상을 접으려했던 것도 현재 미국의 협상 자세로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미국측이 의미있는 입장변화 없이 김 본부장에게 '회군요청'을 했을 가능성은 일단 낮아보인다.

미국측의 수정제안과 더불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후 귀국함에 따라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최종적인 지침을 미국 협상대표단에 시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양측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단언하기는 이르다.

우리쪽 요구인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은 지금까지 부정적인 입장이고,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구속력있는 보증도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철저하게 미국 정치권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USTR로서는 재협상은 절대 불가하며 월령 표시 기간도 우리측이 요구하는 최소 1년보다 훨씬 짧은 최소한의 기간(120일)에 그쳐야 한다는 자국내 요구를 감안할 때 후퇴할 여지가 좁은 편이다.

정부 당국자도 "슈워브 대표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비공식접촉에 가져온 수정제안은 진전된 것이기는 하나 우리쪽의 기대와는 아직 거리가 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번 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일단 18일 귀국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다시 한 번 배수진을 치고 미국측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