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 위치한 대성엠피씨.알짜기업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9개월에 걸친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69년 설립 이후 36년동안 별탈없이 생산활동에만 전념했던 이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월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부터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한 이 회사 노조는 신출내기 답지 않게 과감한 투쟁성과 전투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조는 유니언숍,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연월차·생리수당 인정 등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7월20일 파업에 돌입한 뒤 지금까지 일손을 놓고 있다.


노조는 투쟁 경력이 일천한 데도 기존의 강성노조 뺨칠 정도로 공장 점거와 출입문 봉쇄,기물 파손,관리직사원 폭행 등을 자행하며 회사 측을 코너로 몰아갔다.


'파업 만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는 노조의 투쟁만능주의는 거래처와의 납품 계약을 줄줄이 파기시켰다.


이 때문에 2003년에만 해도 매출액 2백56억원,당기순익 9억4천만원을 올릴 정도로 경영실적이 우수했던 이 기업은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27% 감소한 1백85억원에 22억3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올해 증시에 상장하려던 회사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참 안타깝습니다.노조의 무모한 파업으로 조합원들은 임금을 제대로 못받고 회사는 엄청난 경영손실을 입고 있습니다."(천안지방노동사무소 L근로감독관)


대성엠피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장기간 파업에 지친 탓인지 노사가 다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타결 기미도 어느정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가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한 투쟁을 벌여 아예 망한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울산지역 중견 중소기업인 대덕사는 지난 2월말 강성 노조를 이유로 폐업했다.


권형근 사장은 "강성노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져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정치적 입지만 생각하는 몇몇 핵심 노조원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98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노조가 생기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회사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해마다 10여일씩,때로는 한달 넘게 파업을 하는 바람에 매년 수십억원씩의 적자가 발생했다.


노조가 회사의 성장은 뒷전으로 한 채 명분과 투쟁에만 전념하다 공멸한 케이스다.



김성광 울산지방노동사무소장은 "노사관계 불안으로 회사도 투자할 맛을 잃어 버린 채 기업살리기에 나서지 않은 것 같다"며 "앞뒤 가리지 않은 강성노동운동이 결국은 1백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파산기업 노조의 극렬 투쟁을 견디지못해 파산기업을 인수한 회사가 낙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법원 경매에서 파산기업 금강화섬을 인수한 경한인더스트리는 "노조 탓에 당초 계획대로 공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며 최근 대구 지방법원에 낙찰허락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경한인더스트리는 1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던 금강화섬 구미공장을 인수,종합 물류창고 등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 했으나 노조가 공장재가동과 고용 완전 승계 등을 요구하는 바람에 인수를 재고하고 있다.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경영이 어려워진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노조는 경한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또 다른 인수희망업체인 윈스타에 공장을 넘길 것을 요구했지만 윈스타 측은 공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노조 활동을 중단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불발에 그쳤다.


경한측은 "강성 노조가 아직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죽도록 투쟁해 얻은 것이 저임금에,고용불안에,정리해고에…." 매년 악성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창원 통일중공업의 한 조합원이 이 회사의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노조 집행부의 투쟁중심 강경노선으로 인해 모든 근로자들의 삶이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는 탄식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