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올하반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금융 자본이 미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달러표시 자산담보부채권(데트)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금융정보 전문 서비스 블룸버그는 4일 싱가포르발 분석에서 아시아의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을 비롯한 각종 투자기관들이 달러표시 데트 보유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 스탠리 홍콩법인의 아시아.태평양 채권시장 책임자 지알린 리우는 블룸버그에 "아시아 금융기관들이 3년 전만해도 미국에서 발행되는 달러표시 데트의 약 25%만 인수했으나 지금은 그 비율이 40-50%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리우는 아시아 주요국의 외환보유고가 현재 약 1조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달러표시 데트 보유율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당 부분이 부실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데트는 국채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반면 수익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모기지전문 금융기관인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달러표시 데트를 1조4천억달러 이상 발행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 규모는 채권시장에서 미 재무부 다음으로 2-3위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모기지금융 양대 기관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의해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상기시켰다. 그러나 얼마전 프레디맥이 과거 3년간 회계를 조작해 수익을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 드러나 최고경영진 3명이 전격 해임된 것과 관련해 신용도에 일부 타격이 가해지기도 했다. 미 당국은 현재 프레디맥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월가에서는 프레디맥과 패니매의 데트가 미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되지 않는 현행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데트 운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모기지 기관은 그간 미 경제의 한 획인 주택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SEC로부터 가급적 감시를 받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해 어느 정도 먹혀온 것이 사실이다. 중앙은행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금리가 지난 50년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미 국채가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달러표시 데트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일부 중앙은행의 경우 외환보유 수단으로도 데트 매입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 정부가 보유한 달러표시 데트 규모가 모두 1천83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집계했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달 4일 기록된 1천899억달러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보유 규모가 소폭 하락한 이유로 프레디맥에 대한 당국 조사가 이뤄진 점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블룸버그에 아시아 주요국의 외환보유고가 막대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향후 달러표시 데트에 대한 아시아 쪽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3천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본도 지난 5월 기준으로 기록적인 5천431억달러로 집계됐다. 대만도 같은 시점에 1천752억달러로 2.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1천30억달러라는 전대 미문의 기록을 내기도 했다. 데트를 확보할 수 있는 중국의 여유 자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점도 달러표시 데트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건 스탠리의 리우는 블룸버그에 2013년 5월 만기 미국채 수익률이 지난 5월에 비해 6월 16일 기준으로 0.52%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시세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금융 투자자들은 또 아시아 정부와 기관들로부터도 달러표시 데트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한 예로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리암나시오날이 대표적인 케이스인 것으로 지적됐다. 투자자들은 이와 함께 한국, 인도 및 중국의 현지통화표시 데트도 적극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국가의 향후 경제에 대한 금융시장의 밝은 전망도 이같은 투자 양상을 촉진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3일자에서 54명의 실물경제 전문가들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이 올해 3.4분기 평균 3.5% 성장하며 4.4분기에는 그 폭이 3.8%로 확대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평균 3.8%의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이들 전문가가 전망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저널은 앞서 미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던 일부 전문가도 이번에는 회복세를 점쳤다면서 하반기 회복에 대한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적극 추진중인 감세 정책에 따라 향후 6개월간 미 가정에 모두 470억달러 가량의 가처분 소득이 추가 발생하는 점도 경기 전망을 밝게하는 요소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