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인가 SK그룹은 문 전무가 잘못 진술한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문 전무는 법정에서 "분식회계는 현지 법인들의 해외채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해외채무에는 20억달러 가량의 차입금,매입채무,현지법인 자본금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차입금 매입채무 등은 부채항목이며 이를 분식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채권단도 "문 전무의 진술은 해외부채를 얘기한 것으로 분식이 아니라 부실규모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3월 발표한 SK글로벌의 총부채는 8조5천억원이며 이중 해외부채(지급보증)가 2조4천억원,국내채무는 6조1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분식회계를 수정한 2001년 현재로는 지급보증 3조2천억원,해외법인 출자금 2천5백억원등 해외부채가 3조4천5백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무가 진술한 3조4천억원은 이미 발표된 8조5천억원의 총 부채에 다 포함되었다는 설명이다. ◆증폭되는 의혹 김상균 부장판사는 최태원 SK㈜ 회장에게 "SK글로벌 해외법인이 3조4천억원을 분식했다고 검찰 조서에 나오는데 맞는 얘기냐"라고 물었으며 검찰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에 그런 내용은 있으나 자료가 충분치 않아 기소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해외법인 분식 혐의의 일부는 1조5천억원 분식회계 발표때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금감원에 (조사하라고) 통보조치했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의 SK글로벌 분식회계 발표에는 '해외 관계회사 지분법 평가손실 2천5백1억원 미계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해외 자회사들이 부도처리되면 투자금을 한푼도 건질 수 없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지분법 평가손실로 반영하지 않아 '분식'이라는 것이다. ◆부채규모도 논란 SK글로벌도 회계법인의 권고에 따라 2001년말 기준 해외부실규모를 3조4천5백억원이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발표한 SK글로벌의 총부채규모에는 상세내역이 달라졌다. 해외지급보증은 2조4천억원으로 줄고 해외법인출자금은 아예 항목에서 빠졌다. 반면 국내부채는 6조1천억원으로 늘어나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글로벌이 해외 현지법인의 3조원대의 부실을 감춰뒀고 검찰은 이를 적발하고도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워지자 해외법인의 출자금을 손실처리하지 않은 것만을 '분식'에 포함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SK글로벌의 정확한 해외 분식규모는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체 분식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태웅·정한영·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