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투자자가 전쟁에 대비해 안전한 미국의 국채에 몰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투자가는 이라크전 이후를 염두에 두고 채무 불이행상태인 이라크의 채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기만 한다면 이라크채권의 값이 폭등하리라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위험도가 높은 증권에 투자하는 일부 자금 관리인은 풍부한 원유를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가 채권을 상환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총 620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채권 가운데 시장에 나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110억달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액면가 1달러당 8센트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16센트가 제시되고 있다. 이들 투자자는 부도난 채권이 1달러당 12센트에 거래되고 있는 미국 제2위의 항공사 유나이티드보다는 이라크가 빚을 갚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91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베트남의 부도 채권은 액면가 1달러당 4센트에 불과했으나 5년 뒤에 상황이 해소되자 80센트 이상으로 치솟은 전례도있다. 세계 부도 채권 시장은 이라크와 북한, 쿠바, 리비아 등 11개국이 발행한 510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으나 미국 기업들은 투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업체들 사이에서만 거래되고 있다. 이라크 채권을 거래하는 영국 런던의 채권 중개업체 엑소틱스의 리처드 시걸 조사부장은 "종래의 어떤 채권 변제 방식을 가정해도 채권 가격은 쉽게 두 배로 오를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중앙정보부의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는 국민 1인당 2천600달러의 외채를 지고 있어 4천189달러인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채무국이다. (런던 블룸버그=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