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장 번화한 왕푸징(王府井) 거리. 23명의 한.중 청소년들이 길거리 상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양국 청소년들은 영어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서로 물건을 골라주거나 상품에 대해 설명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SK그룹이 올해로 3년째 열고 있는 '한.중 청소년캠프'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의 고등학생들이다. 여기에는 교육방송(EBS) 장학퀴즈에서 2승 이상을 거둔 국내 11명과 중국 베이징TV 프로그램인 '짱웬방(壯元榜)'에서 월장원 이상 우승자 12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번 행사는 SK가 한국과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 인재들이 양국을 교차방문해 국가별 특성과 역사.문화 등을 체험함으로써 지속적인 친선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시대를 맞아 해외 현지고급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해외장학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해외 각국의 여론주도층으로 자리잡을 고급인재들에게 학창시절부터 장학금 등 각종 후원을 통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또 이들 인재들을 현지법인에서 채용, 해외마케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장학사업은 SK그룹의 짱웬방이다. 짱웬방은 중국판 '장학퀴즈'로 3년째 SK가 후원하고 있다. 2000년 1월1일 첫 방송을 시작하여 중국 베이징TV를 통해 매주 주말 고정프로그램으로 방영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본방송 및 재방송을 포함해 매주 3회 상하이, 후난성(湖南省), 장쑤성(江蘇省), 다롄시(大蓮市) 등 총 7개 지역에서 접할 수 있다. SK 관계자는 "짱웬방 후원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제고해 중국사업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SK짱웬방의 연출을 맡아온 우윈(吳筠) 베이징TV PD는 "한류열풍에 젖어 한국 연예인들에게만 관심을 가졌던 중국 청소년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꾼 프로그램"이라며 "중국 각 지역 중고등학생들과 부모들의 프로그램 참가문의 편지와 감사편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즈리콰이처(智力快車)'라는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CCTV-1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으로 매주 9천만명이상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주장원 월장원 연장원 학생과 학교에 중국 최고 규모의 장학금과 푸짐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 대학 진학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한국에 2년간 유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참가자들에게는 매년 한국방문 프로그램을 운영,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 및 문화를 체험토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로그램 후원을 통해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 설문조사에서 취업 희망 외국기업 순위에서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당당히 3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기흥 사회봉사단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에 교육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미얀마 '피지다곤(PyiGyi Tagun)' 지역에 초등학교를 지어 줬고 방글라데시 '선더번(Sunderban)'에도 10만달러를 들여 전문대학 1개를 포함해 8개의 초.중.고교를 신.개축해 줬다. 이와 함께 인도, 러시아 등에서 천재급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이 지역 핵심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중국 칭화대(淸華大) 베이징대 등 19개 석.박사 및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 대학으로부터 추천 받은 2백13명의 장학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기업설명회, 회사 초청 행사, 교수간담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LG전자는 칭화대와 현지 핵심인재를 육성하는 '차이나 MBA' 과정도 개설해 현지의 우수인력 확보 및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패션의류업체 이랜드는 96년부터 현지공장을 갖고 있는 베트남에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노이 의과대학과 박호대학에서 각각 10명씩 선발해 학기별로 연 2회, 1인당 50달러씩 지급했으며 99년부터는 수혜자 수를 15명씩 30명으로 늘렸다. 2001년부터는 장학금액을 1인당 70달러로 증액했다. INI스틸의 중국 현지법인인 '칭다오(靑島)INI기계유한공사'는 2년째 자우저우(膠州)시 지역사회에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다. 매년 11월 중학교 고등학교 각 한 곳을 골라 50명의 학생에게 1년치 학비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베이징=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