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권'을 두고 중국과 4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끝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중국에 비해 외교력이 떨어지는데다 월드컵때와 같은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또 인구 1천700만명의 상하이(上海)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여수를 국제사회에 홍보하는 일은 민.관 합동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외교력 열세 =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가운데 중국의 외교공관이 설치된 국가는 76개, 러시아는 63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7개에 불과하다. 결국 각국 정부를 상대로한 외교전에서 우리나라가 열세를 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초 한국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였던 국가들중 상당수는 투표가 임박하면서 중국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의 거대시장을 가진 중국의 영향력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외교력의 약세와 함께 한국은 유치를 위한 국가적 노력에서도 중국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중국은 장쩌민 국가주석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가의 제1과제로 선포하는 등 국가의 역량을 박람회 유치에 총동원했다. 경쟁국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 역시 국제적 명성이 높은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을 모나코에 급파, 회원국들의 표를 끌어모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개최권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와 대선 정국이 겹치면서 정부와 정치권 등이 박람회 유치에 좀 더 집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 월드컵과 같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도 회원국의 표를 확보하는데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최 후보지의 문제 = 여수는 상하이나 모스크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다. 정부와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여수가 지닌 여러가지 장점을 내세우며 전세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박람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수처럼 작은 도시가 박람회를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BIE 대표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관련 기관간의 역할 분담과 조율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부처와 세계박람회 유치위, 민간 기업 등이 나름대로 박람회 유치를 위해 뛰었지만 일부 활동이 중첩되는 등 체계적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모나코=연합뉴스) 현영복기자 youngbok@yna.co.kr